‘평생 기술로 평생 직업을’이라는 슬로건으로 20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있다. 취업률 95%를 자랑하는 한국폴리텍Ⅱ대학이다. 이곳은 청년들에게 ‘기술과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끔 가르치고 있다.

폴리텍대는 산업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FL(Factory Learning)’ 시스템을 도입한 학사운영제도, 일·학습병행제, 매년 10월께 진행되는 각 과의 프로젝트 작품 전시회 등을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첨병’으로 꼽았다.

창간 28주년을 맞은 ‘청년 기호일보’가 취업을 앞둔 폴리텍대 인천캠퍼스 청년들을 만났다. ‘2016 미래신성장동력 개편 학과’로 선정된 신소재응용과 학생들의 ‘일과 삶’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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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환, 김준영, 김하형(왼쪽부터) 학생이 신소재응용과 로비에서 ‘청춘 비상’이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 신소재응용과에서 철강 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

김하형(26)·김준영(24)·최재환(25)씨는 모두 군을 제대한 뒤 폴리텍대에 입학했다. 나이가 비슷해 가깝게 지낸다는 세 사람은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면서 학위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2학년 여름방학을 맞은 이들은 최근 본격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자기소개서, 이력서 등 서류를 준비하는 데 한창이다. 이미 필요한 자격증은 폴리텍대 수업 중 틈틈이 취득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김하형 씨는 집 주변인 광양의 포스코와 순천의 현대제철 입사를 꿈꾸며 고된 ‘타향살이’를 이겨내고 있다. 그는 "기숙사비가 1학기에 32만 원밖에 되질 않고, 등록금도 120만 원 정도다"라며 "아들 공부시키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꼭 ‘금의환향’하겠다"고 웃었다.

이곳에서 김하형 씨와 처음 만났다는 김준영 씨는 옆 동네인 순천이 고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대학의 레저스포츠과에 진학했다가 좋지 않은 체육계 관행을 눈으로 보고 자퇴했다. 군을 제대한 뒤 철강산업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김준영 씨는 "폴리텍대에 대해 알아 보던 중 인천캠이 전국에서도 취업률이 높고 실습장비도 최고 수준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유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재환 씨는 어려서부터 인라인스케이트 묘기에 마음을 빼앗겨 전문 선수를 꿈꿨었다. 성인이 돼 스케이트 강사로 활동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지만 군 입대 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다. 제대 후 대학, 전공 등에 대해 알아 보던 중 신소재와 관련된 것들을 접하면서 ‘바로 이거다’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짧은 기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면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 폴리텍대를 선택했다"며 "대학에 진학한 뒤 지식이 풍부해진 것은 물론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겨 계속해서 배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신소재응용과에서 이들이 취득한 자격증은 압연기능사, 제강기능사, 금속재료산업기사, 위험물기능사 등이다. 모두 현장 필수 자격증이며, 이들은 단순한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FL시스템에 의해 산업 현장에서 바로 근무가 가능한 상태로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신소재응용과를 졸업한 학생 중 28명이 포스코, 현대제철, 한화 큐셀, LG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GS칼텍스 GE네이션 등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현재 신소재응용과는 4개 강의실, 10개 실습실이 준비돼 있으며 표면조도계, 태양광방막 제조 장비, 3D프린터쉘몰드 장비 등 최첨단 장비가 즐비하다.

게다가 폴리텍대는 4학기 수업을 진행하지만 다른 전문대학(80학점)보다 훨씬 많은 108학점을 이수하게 돼 있어 5학기 수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FL시스템은 물론 산업체와 연계한 프로젝트 중심 교육과정, 기업체 기술 지원을 통한 산업체와의 기술 교류 등 실무 위주의 차별화된 교육으로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인천캠이 있는 폴리텍Ⅱ대는 남인천·안성·화성캠퍼스 등 4개의 캠퍼스로 구성돼 인천캠은 2년제 학위과정, 학위전공심화과정(4년제), 고학력자 특별과정, 기능장 과정이 있다. 남인천캠은 1년제 기능사 과정, 화성캠은 1년제 기능사 과정과 기능장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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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응용과 프로젝트 작품전시장에서 이종우 학과장이 철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해내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폴리텍대만의 차별화된 인성교육

무엇보다 폴리텍대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세 사람을 입을 모아 말한다. "전공 교수가 과에 6명이 있는데 고교처럼 사제 간에 편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다른 대학과 다르게 교수들과 때로는 술도 한 잔 하면서 고민 상담, 인생 설계도 하는 돈독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런 시스템은 교수와 학생 사이 소그룹 지도(10명 이내)가 있어 가능하다. 학생들의 애로사항뿐 아니라 개인별 맞춤형 상담을 통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폴리텍대의 ‘참교육’은 소그룹 지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참人폴리텍(Charming Polytechnic)’이라는 가치를 걸고 인성교육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참인폴리텍은 ‘지식·기술·인성을 겸비한 참다운 스승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참다운 기술인재를 길러낸다’는 뜻과 ‘매력적이고 멋지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참다운 기술인재 육성을 위해 ‘혁고정신(革故鼎新)’의 신념으로 폴리텍대 고유의 미래지향적 조직문화를 창달하자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그동안 폴리텍대는 직업적 지식·기술(Hard Skill) 중심 직업 능력 개발을 통해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신속하게 양성·공급함으로써 국가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국민 일자리 제공에 기여했다.

그러나 향후 다원화·정보화·개방화된 시대에 적합한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과 올바른 인성 등의 소양(Soft Skill)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폴리텍대는 바라보고 있다.

이종우(신소재응용과)학과장은 "사제 간 돈독한 유대 관계는 학생들이 취업한 뒤 산업 현장에서도 교수들에게 연락해 어려움을 상담하는 사이로 발전한다"며 "인성교육이야말로 폴리텍대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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