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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범자 인천중구문화원 사무국장
필자는 2000년 5월 인천문화원 시절에 입사해 지금은 중구문화원의 사무국장으로 16년 동안 근무하고 있다. 여러 문화사업을 진행하면서 문화원의 사회적 역할을 배웠고 ‘시민들의 삶 속에 문화 창출’이라는 멋진 매력을 갖고 있는 직업에 종사한다는 것이 늘 자랑스러웠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인천중구문화원의 전신은 인천문화원이고, 그전에는 한미문화원이었다. 한미문화원은 1954년 주한미국공보원(USIS)으로부터 영사기와 기자재 등 기술·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발족했다. 당시는 한국전쟁 직후로 복구사업이 당면과제여서 주민들의 자족·자활을 위한 정신계몽사업으로 영화상영, 강연회, 전시회 등을 마련해 활동했고, 3차례나 최우수 문화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천문화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인천의 대표 문화원으로 자리매김하며 문화를 ‘시민의 삶’ 속에 정착시키고, 향토문화 발굴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다 2002년 모든 재산과 문화학교를 인천중구문화원에게 이전하고 해산했다.

 이렇듯 인천문화원의 역사를 계승한 인천중구문화원은 2003년 1월 자유공원의 제물포구락부에서 개원했다. 개원 이후 인천중구문화원은 문화관광부 지정 한국문화학교, 시민문화교양강좌 및 체험 프로그램,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어르신문화활동가사업 등 문화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또한 지역축제인 월미관광특구 문화축제, 자유공원 문화관광축제를 주관하고 있고, 중구 향토지를 매년 간행해 향토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또한 인천에는 중구문화원 외에도 1947년 국내 최초의 문화원인 강화문화원을 시작으로 1998년 부평문화원, 2001년 연수문화원, 2002년 서구문화원, 2003년 남구학산문화원, 2004년 남동문화원, 2005년 계양문화원이 연달아 설립돼 향토문화를 알리고 문화가 있는 삶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신념으로 각 지역문화원은 자기 고장의 문화 보존과 전승, 계발을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개항장의 연장선인 동구와 도서지역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옹진군은 아직 문화원이 설립되지 않아 아쉽다. 특히 동구는 2015년부터 동구문화원설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했으나,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문화원과 성격이 비슷한 공민관(公民館)이 지역사회의 사회교육기관으로서 지방의 문화 자료를 발굴·조사·정리·보급·보존하는 활동 및 주민들 간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민관은 1997년 정부의 지원이 폐지돼, 지금은 정부 예산 지원 없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시설 임대료 등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분권교부세 폐지 등에 따라 지역문화 진흥정책을 수행하는 지방문화원이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시급하다.

2016년 현재 전국에는 228개 지방문화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문화원 전체 재원에서 차지하는 지자체 지원 비율이 70% 이상으로 매우 높아, 지자체 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 정부의 핵심 키워드 중에 ‘문화융성’이 있다. 문화융성이란 문화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기본 원리로 작동하고 국가 발전의 토대를 이루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문화를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우는 이유는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문화원은 지역문화예술 발전의 구심점으로 주민과 함께 ‘삶’에서 어우러질 때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와서 자유로이 학습하기도 하고 담소하기도 하고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된 문화사업의 추진과 향토문화 보전·발전의 주역으로 지역 주민의 문화향유 확대 및 지역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묵묵히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시민들이 문화놀이터 문화원을 통해 문화가 삶과 함께 하는 것을 느끼고, 그 삶을 살찌우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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