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jpg
▲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지역사회에서 인천 가치의 발굴과 재창조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저렇게 오고가고 있다. 그러나 ‘인천만의 가치’가 무엇인지 여전히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다. 하물며 ‘재창조’의 과정과 방법에 대해 말해야 무엇 하랴. 그만큼 ‘인천만의 가치’를 찾아 ‘재창조’하기란 정의의 폭이 넓고 다르며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물, 무형의 가치까지 포함해 대상을 규명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인천의 가치를 찾고 창조적 계승에 주력하려는 모습은 적정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인천의 가치와 그 가치의 극대화를 두고 그간 어느 정도 동의된 몇 가지는 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일컬어지는 개항기 건축물들이 우선 그렇다. 건축물은 도시 변천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문화적 흔적이다.

철저한 검증과 보호 조치 이후 현재적 상황에서 선용함으로써 새롭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가 고유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를 간직한, 무한한 잠재 가치를 간직한 인천의 섬들이다.

 섬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관광자원으로, 인천시민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곳곳에서 다양한 섬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상 두 가지는 가치의 실체가 분명한 기존 자원을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시각을 넓혀 ‘지역적 가치’라는 프레임으로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현상들에 눈을 돌려 보면 어떨까.

지난해 말 인천시는 인천만의 가치를 ‘산업화 시절 인천 이야기’에서 찾아보는 시도를 한 권의 책자로 드러낸 바 있다.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 산업화 시설의 인천을 사진과 이야기로 풀어낸 자료집이 그것이다.

인천을 허브로 한 조국 선진화는 인천항과 경인고속도로, 경인철도를 맥락으로 국민의 배를 불릴 수 있었다. 인천이기에 가능했고 인천의 역할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산업화가 이뤄진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는 오늘날 원도심으로 일컬어지는 70~80년대 인천의 중심지들은 또 어떠한가! 쇠락에 쇠락을 거듭해 이제는 ‘명품도시’의 감추고 싶은 ‘흠결’ 취급을 받곤 하지만 분명히 인천 역사·문화의 주무대였고 인천시민의 절절한 생활공간이었다. 그것이 가치가 되고 재창조될 수는 없는 것일까? 얕으나마 필자가 인천만의 가치와 재창조에 대해 의견을 내보면 이렇다.

인천사람들의 일상에서 중심을 이루던 곳, 인천사람들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던 것, 그래서 살아 있는 장소(공간), 소재들로 거명될 수 있는 것, 그것은 인천사람들의 노력으로 빚어낸 것이기에 곧 인천사람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것일 터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거리와 골목이, 일상의 모습이 가치롭게 조명되고 재해석된다면 그것조차 가치재창조의 대상일 것이다.

또 다르게는 도시의 기능과 모습 속에 사람이 모이고 움직이게 하고 건강하게 하고 흥을 돋우기 위해 너른 광장을 튼다거나 굳건할 것 같던 도로와 건물을 흙과 나무와 꽃, 물의 공간으로 대체한다면, 그래서 인천이니까 그것이 가능했고 인천만의 가치를 상징한다는 인정을 받는 것은 상상에서나 가능할까? 일부 전문가의 식견이나 행정에서의 취사선택이 아니라 평범한 인천사람들의 공감과 합의에 의한 인천만의 가치 찾기와 재창조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시간이 많고 적음, 재정투입의 규모가 조건일 수 없다. 어떤 의미로든 상품화를 먼저 거론하지 말 일이며 경제적 효과에도 연연하지 않을 일이다.

인천만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혹자는 인천의 가치는 인천이 주역, 주인공이었고 그래서 만들어진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의 총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타자에 의해 주도되고 형성된 역사문화로 인천의 가치를 삼고자 해서는 자긍심으로 각인될 수 없고 객관적 가치를 가질 수도 없다는 논리일 것이다. 아울러 자주 주목받고 조명됐던 유력인사들이나 정치·경제의 일번지가 아니라 소시민, 생활인, 인천을 일군 현장인들의 삶과 흔적이 가치롭게 평가돼야 한다고도 한다.

 ‘나’의 이야기가 생생한 인천의 이야기이며 살아 숨 쉬는 역사와 문화로 보존해야 할 가치를 갖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만의 가치는 일차적으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인천을 지켰고 가꿨던 사람들의 흔적이 구체적인 대상이 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인천이 주체적, 주도적, 일상적이었던 흔적에 대한 정립을 차근히 해나가야 한다. 시간과 정성,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