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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전기(傳記)소설이나 전기영화라 하면 실존 인물의 생을 형상화해 구성한 작품을 뜻한다. 대체로 전기작품은 그 인물의 삶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감동과 깨달음을 전하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는 1950년대 ‘웨스트 코스트 스윙의 창시자’로 칭송받은 재즈트럼펫 연주자인 쳇 베이커의 일대기 중 몰락으로 치달았던 1960년대의 한때를 조망한 작품이다.

 그는 ‘20세기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흐느낌’과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라는 심상치 않은 수식어를 지닌 인물로, 아름답고도 처연한 그의 음악과는 달리 몰락과 재기를 반복하는 파란만장한 생을 살다간 치열한 사람이었다. 이제 영화를 통해 그를 좀 더 알아가도록 하자.

 1966년 쳇 베이커는 마약 소지 혐의로 이탈리아 루카의 감옥에 수감돼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삶을 영화화한 전기영화 계약이 성사되면서 운 좋게 석방된다. 비록 나락으로 떨어진 삶이었지만 다시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인 50년대로의 회귀를 꿈꾸며 그는 약물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촬영장에서 만난 상대 여배우인 제인과의 행복한 연애도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비극은 어김없이 그를 찾아왔다. 이전에 거래했던 마약판매상이 고용한 괴한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그는 거의 대부분의 앞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다. 재즈트럼피터인 그에게 치아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과도 같은 중요한 연주 도구였다.

 소중한 신체 부위를 잃게 된 그는 절망했지만 좌절한 채로 슬퍼하지만은 않았다. 소리도 나지 않는 트럼펫을 불며 고통 속에서 신음했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자신의 편이 돼 주는 든든한 조력자 제인이 늘 함께했기에 어려운 시간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그에게는 다시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영원히 잊은 채로 살고 싶었던 약물의 유혹이 다시금 그를 엄습해 왔다. 재기의 기회와 약물의 유혹 중 그는 어느 삶을 선택하게 될까?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전설적인 재즈뮤지션인 쳇 베이커의 전기영화라는 측면과 1990년대 청춘의 아이콘인 에단 호크의 출연으로 지난 6월 극장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중년의 쳇 베이커와 흡사한 외모뿐 아니라 그의 음색과 트럼펫 연주 실력을 어느 정도 습득한 에단 호크의 모습은 마치 음악가의 환생을 보는 듯 생생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의 삶과 허구를 적절히 배합한 작품으로, 완벽한 전기적 이야기에 충실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물론 허구의 영화적 구성이 주는 장점은 분명했지만, 오히려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했으며 굴곡진 삶을 살았던 한 음악가의 울퉁불퉁한 삶의 표면을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 음악만을 지독히 사랑한 음악가의 우수에 찬 얼굴과 읊조리듯 흘러나오는 청춘을 닮은 목소리 그리고 트럼펫 음색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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