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의 점심. 수백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워런 버핏이 아니더라도 왠지 어렵고 답답하기만 한 경제에 대해 속 시원히 얘기해 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있다.

 인천의 경제단체 수장과 CEO들을 만나 한 끼 식사를 같이 하며 그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 첫 순서로 인천경제의 헤드쿼터 역할을 자임하는 한국은행 인천본부의 은호성(53)본부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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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퇴근 후 직원들과 테니스를 치고 술 한 잔 거하게 했다는 은 본부장은 그래도 술이 빠지면 얘기가 되겠느냐며 반주부터 권했다. 오후 일을 핑계로 맥주 두 잔을 넘기지 않았지만 전라도 사투라기 약간 밴 그의 말투에 인천경제를 걱정하는 속내가 묻어났다.

"인천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가계 빚이다. 인천시 예대율은 128.9%로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대출총액이 예금총액을 초과했다.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1%로 기업대출보다 높은 편이다. 가계 빚이 많으면 그만큼 소비도 줄어 경제가 선순환될 수 없다."

그의 일성은 처음부터 정곡을 찔렀다. 시가 시 채무만을 걱정할 게 아니라 서민들의 가계 빚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아 한다고 강조했다. 시가 안고 있는 채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현실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게 적재적소에 필요한 예산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이 포퓰리즘이 아니라 소득이 적은 시민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은 본부장은 또 인천의 ‘미래 먹거리’는 바이오산업 같은 첨단지식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5대 공항을 목표로 하는 인천공항을 배후로 하는 도시인 만큼 바이오산업과 같은 첨단 분야 산업을 집약,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은 최근 5년간 의약품 수출실적이 13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는 또 과거 한국은행 국제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결정이 유럽 시장을 겨냥한 국내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수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그의 판단은 올해 한국은행이 각 지역본부에 지원한 중소기업지원자금 상당 부분을 인천의 바이오산업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은행이 미래성장 유망산업에 지원하는 중소기업지원자금은 0.5%의 저리로 시중에 풀려 해당 기업은 최고 0.75%의 금리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1.25%인 것을 감안하면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렇게 풀린 돈이 올 상반기 인천에만 6천644억 원에 달한다.

궁금한 주식과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한국은행 외환업무를 오랜 기간 맡아 온 베테랑이다.

IMF 외환위기 때 뉴욕으로 2년간 연수를 다녀온 그는 환율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원화로 급여를 받다 보니 환율이 절하되는 만큼 소득도 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환율은 물가와 기업의 투자심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가격변수로서 환율의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보다 외환 수급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시장에 맡겨 둬야 한다. 그리고 각 경제주체는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주어진 환율 하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고민,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의 답은 원론적이면서도 명쾌했다. 끝으로 그는 주식에 대해 "잘 모른다. 알아도 안다고 할 수 없는 게 주식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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