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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인 인천중동우체국은 몇 해 전에 실시된 문화재 일제점검 결과 긴급한 보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물 일부라도 허물어져야 보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물 외벽이 벗겨지고 있다.

실제로 당시 같은 의견이 제시됐던 옛 일본 제58은행 인천지점 건물은 재작년에 2층 발코니가 붕괴됐다. 장막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가리고 건물을 보수하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뿐만 아니라 남동구에 위치한 장수동 은행나무 주변이 쓰레기와 불법 노점으로 흉물로 변하고, 토지 소유주가 문화재 주변을 흐르는 하천제방을 훼손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문화재로서의 지정 가치가 높은 ‘강화군 하점면 고려산로’ 소재 민가는 소유주가 문화재 지정을 승낙했음에도 지정에 필요한 절차는 멈춰 있다. 또한 2014년 말 인천시 문화재위원회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문화재 지정을 심의 의결한 남한 내 유일한 협궤열차 역사인 송도역사를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문학산 발굴조사에서는 제의유적이 출토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문학초등학교에서는 강당 신축 공사에 앞서 실시한 시굴조사에서 인천도호부청 관련 유적이 발견됐다. 이처럼 이미 개발돼 모두 사라졌을 것 같은 장소에도 유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작년에 단행된 문학산 정상 개방도 이에 앞서 지표조사 등 필요한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 보존 대책을 세운 뒤에 진행됐어야 한다. 토론회에서 이를 지적하자 ‘문학산 정상은 군부대로 사용되면서 원형이 변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구 개항장 일대는 개항 이래 100년 넘게 일본식 거리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원도심의 모습을 띠면서도 중간 중간 근대건축물이 남아 있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지금의 모습이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식민 잔재가 사라진 지 불과 10여 년 만에 거리를 일본식으로 꾸미고 재현하는 사업은 동의하기 어렵다. 일본 우익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실소를 금치 않을 일이다. 환언하면 현존하는 문화유산은 식민잔재라도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 위해 보존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없어진 것까지 다시 만드는 일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문화유산은 당대의 문화를 상징하는 척도이자 살아 있는 화석이다. 문화유산에는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가치관은 물론 생성 이후 현재에 이르는 시간의 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 중에서도 가치가 있는 것은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로 지정한다. 지정 문화재는 광역자치단체가 지정한 지방문화재에서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까지 중요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눠져 있다.

 물론 등급이 낮고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라 해서 가치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모든 문화유산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문화유산을 바르게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줄 책무가 있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문화재 보존에는 인색한 반면 이를 이용한 돈벌이에는 적극적이다.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건물 껍데기를 어설픈 일본식으로 바꿨고, 대표적 식민잔재 가운데 하나인 대불호텔 재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거리의 모습을 특색 있게 가꿔야겠지만, 돈벌이를 위해 벌이는 식민잔재 재현은 경계해야 한다. 문화유산 복원이나 재현은 그 목적과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복원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과도한 문화재 정비사업은 개발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인천의 가치재창조사업은 자극적 구호나 어설픈 재현이 아니라, 인천인의 생활 속에 깊게 배어 있는 문화유산을 발굴해 이를 현대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에서 시작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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