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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선거운동

한재웅 변호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6년 07월 25일 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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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웅 변호사
최근 헌법재판소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60조1항5호에 대해서 위헌 결정을 했다. 이 사건은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의 진행자들이 언론인임에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했다고 기소돼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사 청구가 제기된 경우다.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 이유에서 해당 법규가 선거운동이 전면 금지되는 언론인에 관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입법을 위임하고 있고, 언론인으로 하여금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는 점, 개인의 중대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반면 선거의 공정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 선거법, 지방의회의원 선거법 등 개별선거법을 규정하고 있었다. 각 개별선거법에서는 정당·후보자·선거사무장·선거운동원 등 일정 범위의 선거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돼 있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1994년에 제정된 공직선거법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면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별도로 규정했고 여기에 언론인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언론인도 개인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며, 국가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필수적 조건이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사 결정에 국민의 의사가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반영돼야 하며,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사를 표출하는 수단인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실시돼야 한다.

 종래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선거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이라는 두 가지 가치 중 ‘선거의 공정’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선거의 자유’를 제한했다. 그러나 선거의 본질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고, 선거의 공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가 부당하게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두 가지의 가치 중 ‘선거의 자유’가 좀 더 본질적인 가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같은 문제 인식으로 점차 ‘선거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왔다. 이번 결정도 ‘선거의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의 도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헌재 결정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선거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하게 발전시키는 한걸음임이 분명하다.

다만 헌법재판소 소수 의견이 우려하는 ‘권력과 언론의 유착’, ‘언론이 선거에 개입할 경우에 발생할 부작용과 폐해’를 방지하는 것은 우리들의 숙제이다.

 언론인의 의견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언론인의 선거운동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미를 넘어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언론인은 담론과 논쟁을 생산하며 선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만, 누군가 언론을 부당하게 이용하려 한다면 언론은 부정선거의 통로가 되고 만다. 결국 언론인의 선거운동은 권력과 자본에 독립한 경우에만 가치가 있다.

 우리 현대사의 경험에 의하면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려는 유혹을 버리기 어렵고 언론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언론인에게만 권력에 맞서는 강직함과 청렴함을 주문하는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헌재의 결정을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으로 고양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몫이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언론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시키고 보호해야 한다.

 언론은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고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며 도구이다. 언론이 오염되면 국민의 의사도 오염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발전하였다는 선언임과 동시에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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