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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
이번 주부터 대한민국은 휴가에 들어간다. 어릴 적 소풍이나 수학여행은 우리 맘을 설레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가장이 된 지금, 그 옛날 수학여행과 같은 설레는 휴가를 잊은 지 오래다. 북새통이 된 피서지에서 내 가족과 지갑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벌써 머리 아프다.

어느 일간지에 올 여름 직장인들 휴가 일수는 늘었지만, 휴가비는 줄었다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00여 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름 휴가 일수가 늘어난 이유는 ‘근로자 복지 확대’가 41%로 가장 많았고,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생산량 감축’과 ‘연차수당 등의 비용절감 차원’이 뒤를 이었다. 올해 휴가 기간은 늘어났지만, 지급되는 휴가비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여름 휴가 기업 가운데 휴가비를 지급하는 기업은 66.7%로 지난해보다 3.4% 줄어들었고, 평균 휴가비는 59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3만 원 줄었다. 이 가운데 300인 이상 기업은 65만8천 원, 300인 미만 기업은 57만9천 원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 코리아’에서 발표한 여름 휴가지를 보면, 1위가 제주도, 2위 부산, 3위가 강원도로 조사됐다. 4인 가족기준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예를 들면, 극성수기 왕복 항공권만 10만 원이 넘고, 거기에 호텔 숙박료는 1박에 40만 원이 훌쩍 넘는다.

항공과 숙박으로만 160만 원, 거기에 이동경비, 식사비, 각종 경비를 더하면 250만 원은 지출된다.

그마저도 예약이 됐을 경우다. 이미 부산과 강원도 일대 대형 호텔과 리조트는 이미 만실로 예약이 끝났다. 많은 인원이 몰리다 보니 공항과 호텔로비, 관광지는 인산인해로 질 좋은 서비스를 담보받기 어렵고 공급에 비해 과수요가 비용과 서비스에 제약을 가져온다. 이른바 가성비 ‘꽝’인 셈이다.

 휴가를 여유 있고 평화롭게 즐기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유명 휴가지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대비해 국가를 삼등분해서 방학과 휴가 시기를 결정한다. 동일한 시기에 휴가가 몰려 겪는 교통체증과 숙소 부족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주부터 정부와 주요 정치인들은 국내 여행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번 여름휴가를 국내여행으로 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산하기관에 대해 지역경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국내여행을 주문했다. 또한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 역시 ‘국내여행이 애국’이라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애국여행을 주문했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공정거래, 공정무역, 공정구매 등 공정에 대한 단어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국민들에게 공정이란 의미는 불공정에 대한 반대 욕구일 것이다. 거대자본이 골목시장을 잠식하고 중간시장은 없어지며 여러 골리앗만 남은 현실이다. 유명 관광지와 여행시장에 공정여행을 주문하고 싶다.

대형여행사와 대형호텔, 대형리조트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여행을 당부하고 싶다. 실제로 공정여행을 하는 관광객은 다국적 기업의 호텔과 리조트를 이용하기보다는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을 이용한다.

 그리고 주민의 생활을 이해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관광 개발로 나타난 자연환경 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고, 현지 주민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정여행의 선진국은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을 꼽고 있다. 특히 40여 년 전 영국을 중심으로 여행객의 윤리적 책임과 행동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시민단체들로부터 시작하면서 공정여행 문화가 확산돼 서방 나라들이 공유하고 있다. 기존의 여행 방식처럼 휴가지에서 전쟁과 같은 휴가를 지내는 것은 개선되길 바란다. 여행과 휴가지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여행자와 휴가지 간 상생하는 관계 속에서 즐기는 공정여행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심신의 피로를 위로하는 휴가지만, 지역문화와 주민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착한여행, 공정여행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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