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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처음에 국방부가 사드(TH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명분으로 스커드 등 북한의 단거리·준중거리 미사일로부터 ‘수도권 방어 및 주한미군기지 보호’를 내세웠을 때,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는 손 놓고 있어야 하느냐?’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더하여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방어용 무기도 배치하지 말라는 것은 종북주의자들의 상투적 짓거리라고 극언하는데 수긍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경상북도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진 후 많은 의문이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 의문은 2천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방어 문제다. 사드 미사일의 사거리는 200㎞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주의 사드는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사드보호망에서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신형 패트리엇 미사일 (pac-3)이 수도권 방어를 맡을 수 있다고 하지만 도입 자체가 2년 후의 일이다. 물론 확실하다는 보장도 없다. 두 번째는 사드 미사일이 48기뿐이어서 1천 기가량인 북한의 미사일에 수량적으로 효과적 방어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북한의 다연장로켓과 장사정포가 수도권 전역을 초토화시킬 만한 화력을 갖고 있으며, 4천 대 이상의 북한 탱크, 핵을 비롯해 5천t 이상의 보유 화학무기, 사이버 공격능력에서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다는 북한의 전력에 어떤 대비책이 있느냐는 것이다.

 국제문제에 정통한 중앙일보의 김영희 대기자는 지난 칼럼에서 ‘한국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사드 배치의 대가로 중국을 확실한 북한의 후견국가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 하나요, 사드 포기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견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것이 그 둘이다.

 정답은 사드 배치 포기다. 한미관계는 약간의 후퇴를 용납할 만큼의 여유가 있다. 한중관계는 그런 마진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요격망(MD)에 편입될 한미일 공동 방어체계의 한 부분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는 점을 적시한 것이다. 중국의 반발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는 모른다. 이 점에서 2010년 이후 일본이 겪은 몇 차례의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10년 일본 경찰이 동중국해에서 중국인 선장을 체포했다. 일본 순시선에 고의로 부딪친 어선의 불법 행위를 다스린 것이다. 중국 정부가 반발했다. ‘희토류 파동’이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경제적 손실 때문에 슬그머니 선장을 석방했다. 일본 국민들은 ‘굴욕이다’라고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사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보인 반응은 격렬했다. 반일(反日) 시위대가 중국의 거리를 메웠고, 일부 폭도로 변한 시위대는 일본인을 폭행했다. 일제 자동차를 부쉈다.

 심지어 일본인이 경영하는 공장에 불까지 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파산하는 일본 기업이 줄을 이었고, 중국 정부는 일제 자동차 수입과 산업자원 수출을 봉쇄했다. 국영기업은 일본에 주문한 제품 수령을 거부했다. 중국인 관광객도 발길을 끊었다.

 중국은 무도(無道)한 국가일까? 물론 우리는 정서적으로 일본 편을 들지 않기에 고소해 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중국 편은 아닐지라도 당하는 일본에 대해 안타깝다는 의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민낯은 생생히 볼 수 있었어야 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국내외적으로 큰 정치인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과의 갈등에서 두 가지 교훈을 배웠고 거뒀다. 하나는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에서 국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민진당(당시 민주당)의 실패를 기회로 활용해 정치적 승리를 이뤘고, 아베노믹스가 벽에 부딪혔으나 대중국 화해를 통해 일본 제품이 중국에서 잘 팔리는 것과 중국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조치로 경제적 살을 붙였다. 사드를 둘러싼 논란보다는 중국의 반발을 정치적·경제적으로 완화하는 지혜가 오히려 절실하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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