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을 코앞에 둔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교통공사는 25일 오전 서구지역 주민들과 안전한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을 위한 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 등 65명을 대상으로 서구청역에서 검단오류역을 오가는 시승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시승식에 시민대책위 관계자로 참여한 장애인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열차 내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는 안전바가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를 제대로 고정할 수 없었고, 열차와 승강장 사이 공간이 벌어져 자칫 휠체어 앞바퀴가 빠질 수도 있는 등 곳곳에서 위험요소가 발견됐다.

인천지하철 1호선의 경우 객실 한편에 노약자석 대신 안전바가 설치된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안전바를 잡고 몸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호선은 장애인석에 일반인도 앉을 수 있는 가변형 의자를 설치하다 보니 안전바 설치공간이 없어졌다.

또한 도시철도 1호선이나 타 열차에 비해 흔들림이 심한 2호선의 경우 수동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잠그고 고정 벨트를 단단히 고쳐 매더라도 열차가 이동할 때마다 휠체어가 제멋대로 움직여 벽에 부딪히는 등의 심각한 안전문제도 나타났다.

열차 내에서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공간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열차 내부에는 비상상황 발생 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만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이 비상벨을 누르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서구청역사 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아주 넓은 편은 아니지만 휠체어 앞바퀴가 끼일 경우 장애인 혼자서는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이격이 커 자칫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 적지 않은 공간이 있어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경우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큰 위험을 겪을 수 있을 정도였다"며 "이 상태로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된다면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무인으로 운행되는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한 정거장에서 출입문이 열리는 시간이 15초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탑승 시간이 늦어질 경우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판순 시 보건복지국장은 "시와 교통공사의 협의가 있었던 사항이 아니기에 건의해 시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공문이라도 보내서 되도록이면 개통 전에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