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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가 넘는 찜통더위와 폭염 속에 불쾌지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원함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물은 한여름의 인기 장르이다.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오싹한 느낌은 무더위를 잠시 잊을 만큼 짜릿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할 작품은 뜨거운 열기를 식혀 줄 공포영화로 선택했다. 우리나라 대표 요괴로 구미호가 있다면, 서양에는 ‘늑대인간’이 있다. 오랜 기간 할리우드에서 사랑받은 캐릭터 늑대인간의 원조로 손꼽히는 1935년 작 ‘런던의 늑대인간’을 만나 보자.

식물학자 글렌든은 달빛을 받아 꽃을 피우는 신비의 식물을 채집하기 위해 티벳으로 떠난다. 고생 끝에 원하던 식물을 발견한 글렌든은 갑작스러운 괴한의 공격을 받는다. 언뜻 보긴 했지만 그를 공격한 대상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었으며, 날카롭고 뾰족한 모양의 위협적인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비록 팔에 심한 상처를 입긴 했으나 글렌든은 원하는 식물과 함께 무사히 런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학계에 단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신비의 꽃을 연구하기에 바쁜 어느 날, 요가미 박사가 글렌든을 찾는다. 그 또한 신비의 꽃에 관심을 보이며 티벳에서의 짧은 만남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늑대인간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름달이 뜬 밤을 조심하라는 경고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그가 채집해 온 신비의 식물에서 피는 꽃이 늑대인간의 해독제가 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어 놓는다.

이후 보름달이 뜬 밤, 그의 몸에는 믿을 수 없는 이상반응이 나타난다. 티벳에서 자신을 공격한 괴생명체처럼 온몸은 털로 뒤덮였으며 기괴한 늑대 울음소리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괴물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이에 글렌든은 황급히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가 해독제를 찾았지만 이미 누군가에 의해 꽃은 도둑맞은 뒤였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포악한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자신의 변신을 막을 방법을 백방으로 고민하는 글렌든. 과연 그는 악몽과도 같은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30년대 등장한 이래로 늑대인간 캐릭터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영화에 등장하며 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늑대인간의 뿌리는 유럽의 전설과 민담 속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도 아닌, 그렇다고 온전한 늑대도 아닌 이 비극적이며 무시무시한 괴물 이야기는 인가에 출현해 가축을 물어가곤 했던 늑대에 대한 공포를 나타낸 것이라는 견해와 광견병이나 정신적 질환의 반영이라는 의견, 그리고 고대부터 있어 온 연쇄살인에 대한 상징적 서사라는 분석 등 그 기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1935년 작품 ‘런던의 늑대인간’은 그러나 위 세 가지 기원설과는 달리 마치 ‘지킬 앤 하이드’와 유사한 서사구조를 갖는데, 악의 화신인 늑대인간으로의 변화에 스스로 괴로워하는 내적 갈등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달빛을 받아 서서히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80여 년 전 영화 속의 모습은 현재의 기술력과는 또 다른 신선한 방식으로 공포감을 표현하고 있다. 7월의 마지막 주말인 이번 주는 공포영화와 함께 무더위를 식혀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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