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The Last Princess)
127분/드라마/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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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최고 인기작인 ‘인천상륙작전’이 ‘당신은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란 질문을 던진 작품이라면, 8월 3일 개봉하는 ‘덕혜옹주’는 역사의 격랑 속에 비운의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를 아시나요’란 물음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그녀를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허진호 감독의 설명이다.

이 영화는 100% 실화는 아니다. 2009년 12월 출간된 권비영 작가의 장편소설 「덕혜옹주」가 원작으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고종 황제가 회갑을 맞던 해에 얻은 늦둥이 딸인 덕혜옹주(1912~1989)를 처음 다룬 책이다.

일본으로 끌려간 뒤 일본 남자와의 강제 결혼, 10년간의 정신병원 감금생활, 딸의 자살 등을 겪으면서도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터전을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그녀의 일생을 그려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였다.

영화 ‘덕혜옹주’는 고종 황제(백윤식 분)의 외동딸로 태어난 만 13살의 덕혜옹주(손예진)가 강제 일본 유학길에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제로부터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매일같이 고국을 그리워하던 덕혜옹주에게 어느 날 어린 시절 친구로 지냈던 독립운동가 김장한(박해일)이 나타난다. 이후 덕혜옹주가 오빠 영친왕 망명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빠른 이야기 전개가 이어진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일본 측 인사들에게 떠밀려 덕혜옹주가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대목으로, 덕혜옹주 역을 맡은 손예진이 왜 명배우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호흡을 맞춘 배우 박해일과 라미란의 연기도 좋다. 박해일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덕혜옹주가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자 그녀를 찾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친구 역을, 라미란은 덕혜옹주를 모시는 궁녀이자 동무 역할을 하는 복순 역을 맡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알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도 보고 나면 ‘작품성도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등에 이은 허진호 감독만이 가능한 작품으로 오래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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