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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림 인천대 외래교수
셰익스피어는 유명한 18번째 소네트(14행시)에서 연인의 아름다움을 여름날에 비유하며 그녀의 아름다움이 시와 함께 영원의 시간에 머물 수 있다고 노래했다.

 즉 시의 영원성에 대한 선언이다. 또한 셰익스피어는 그 자신의 에스프리도 영원한 시간에 머물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그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은 결혼을 통해 자기 존재의 형상과 형질을 후세에게 유지하고 보존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진화론자들의 용어로는 유전자를 잇게 하는 자기복제 작업이다. 이는 신이 되기 위해 생명나무를 찾아 모험했던 고대 수메르의 길가메시왕의 헛된 노력의 회한인 ‘길가메시 서사시’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래서 구약의 창조주는 최초의 인간에게 돕는 배필을 허락해 가정을 이루게 하고 생육하고 번성해 이 땅에 충만하라고 명령했다. 특히 창세기 대부분의 이야기가 아브라함의 한 가족사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봐도 인류의 역사가 가족을 통해 이루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결혼과 가정의 지고한 가치가 흔들리고 붕괴되는 현실은 급기야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이 결혼과 자녀 출산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는가? 문제는 결혼시장의 조건과 아이 낳기와 기르기에 경제력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동물행동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씁쓸한 내용을 연상시키는 것과 같다.

그는 동물 세계에서 "대부분의 암컷이 영역이 없는 수컷과는 짝짓기를 하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짝지은 수컷이 다른 수컷에게 패해 그 영역의 주인이 바뀌면 암컷이 재빠르게 승자에게 들러붙는 일도 종종 있으며 이는 암컷이 수컷 그 자체에 결합되기보다는 오히려 수컷이 소유하는 영역과 결혼하는 것인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생존기계 또는 그 운반자에 불과하며, 성공한 유전자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비정한 이기주의’여서 보통의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생물은 ‘종의 이익’을 위해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진화한다"는 이타적인 ‘집단 선택설’을 부정하고 개체 이기적인 ‘개체 선택설’ 또는 ‘유전자 선택설’을 정통학설로 인정한다.

이러한 이기적인 유전자는 가족계획 이론에도 개입한다. 즉 이기적 개체는 어미가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최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즉 어미가 구할 수 있는 먹이와 자원의 총량이 수를 결정하는 제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이며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다시 말해 결혼과 출산에는 개체의 경제적인 환경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의 결혼 감소와 기피증은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대를 이으려고 자녀를 출산하는 일은 이제 그들에게 그리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이처럼 이기적인 유전자가 자연 선택의 최적자이며 이것이 곧 진화의 모습인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기에는 이 땅이 너무 거칠고 삭막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다행한 것은 인간이 유전자가 지시하는 명령에 단순히 굴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웃을 위해 그리고 집단과 사회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체를 희생하는 숭고한 유전자도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에는 볼 수 없는 복지시스템이 가동하고 있고 경쟁만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이타적인 아름다운 유전자도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 땅은 살 만한 곳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져야 하는 멍에는 너무 무겁다. 불확실한 노동의 미래가 그들을 암울하게 만들고, 주거 비용, 결혼 비용, 출산과 교육 비용은 물론 노령사회를 떠받쳐야 하는 경제적 부담 등 밝은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할지라도 그들이 극복해야 하는 보람은 이기적 유전자에 반기를 들어 가정과 공공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국가도 그들에게 결혼과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과 시스템과 문화를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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