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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예정대로 시행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패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이 법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선 단기적으로 민간의 소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농축수산물과 화훼농가, 유통 및 외식업계와 골프 등이 타격을 받을 대표적인 분야로 거론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5·10룰’(식사 선물 경조사비·단위 만 원)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음식업이 8조5천억 원, 골프장이 1조1천억 원, 소비재·유통업(선물)이 1조9천700억원 등 연간 11조6천억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농수산업과 음식업이 받는 타격으로만 전체 고용이 최대 5만9천 명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 법으로 인해 수출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내수마저 어려워진다면 우리 경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반면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단기간에 그치고, 장기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즉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음성적인 지하경제가 양성화돼 세원이 투명해지고 부패 수준이 크게 개선됨으로써 경제성장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168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국가청렴도가 칠레(23위), 폴란드(30위)보다 낮았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한국의 청렴도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2010년 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138.5달러, 경제성장률은 0.65%p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에 더해 보면 3%대 성장도 충분히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김영란법이 이렇게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예고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접대문화에 익숙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접대를 통한 부정 청탁은 부패를 낳고 사회를 혼탁케 한다. 부정 청탁은 대기업 간부와 고위 공직자 사이에 벌어지는 꼭 그렇게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이 법에 따르면 우리의 의식과 실생활도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병원진료를 빨리 받기 위한 부탁도 부정 청탁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우리에게 의식변화를 요구하겠지만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틀림없이 대한민국 사회는 투명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가와 사회의 부패가 줄어 든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도 투명해지고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오늘날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6% 이상의 높은 성장을 구가하며 2%대의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G2로 대변되는 미국과 중국이지만 이 두 대국의 가장 큰 차이는 투명성에서 갈릴 것이다.

 매일같이 총기사고가 일어나고 상호 비방이 난무하는 대선이 치러지고 있지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국가라는 점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부정한 방법보다는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열심히 일해야 성공한다는 상식은 미국사회의 안정과 미국 경제의 유지에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해 왔다.

 반면 중국의 경우에는 우리 사회 이상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꽌시)가 중시된다. 사업을 할 때에도 어떤 공무원과 친분이 있느냐가 중요하고, 개인 간의 관계에도 인연이 중시된다. 이렇게 사회가 투명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해외자본을 활용하며 고도 성장을 실현했다.

하지만 최근의 성장률 둔화가 말하듯이 앞으로 중국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 민간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혁신 없이는 중국 경제의 업그레이드는 어렵다. 미국경제가 입증하듯이 창의력은 경제의 투명성에서 나온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시행 과정에서 다소 수정해야 할 부분도 발견될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분명 우리 사회는 많이 투명해질 것이며 우리 경제 체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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