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아프리카 사막에서 스키를 팔고, 시베리아 벌판에 냉장고를 공수하는 수출역군이 있다."

인천지역 수출기업의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하는 안용근(52)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장의 말이다.

‘무역협회 창립 70주년’을 자축하는 의미도 가질 겸 인천본부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인 좀 이른 점심을 했다.

그 역시 ‘수출한국’의 역군임을 자처해 온 터라 할 얘기가 많았다. "우리 경제의 양적 성장은 끝났다. 질적 성장을 기대할 때다. 무역협회 역시 ‘가치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본부에는 4천100개 업체가 수출기업 번호를 등록했다. 이 중 단 1달러라도 수출한 업체는 900여 개가 채 안 된다.

대학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한 안 본부장은 1989년 무역협회에 입사해 회원사 중 수출역군을 찾아 홍보하는 일을 했다. 당시만 해도 수출 1천억 달러를 앞두고 있어 수출 최전선에 있던 ‘상사맨’들이 잘나갈 때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아는 상사맨 중에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오 과장’ 같은 분들이 있다고 했다. 실제 안 본부장은 지역본부 내 수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수출원정대 ‘방방곡곡’의 4인방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겼다.

그는 또 "세계 경기의 저성장 기조 등 경제 뉴스가 많지만 최근 현장을 다니면서 만난 기업인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결코 비관적이지 않았다"며 현실을 낙관했다. 안 본부장은 공항과 항만이 있는 수출 전진기지 인천의 올해 수출목표액 300억 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상반기에만 수출 170억 달러가 넘었다. 3년 연속 수출 300억 달러를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와 사드(THADD) 배치로 촉발된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미 대선 후보들을 볼 때 사실 우리나라 수출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안 본부장은 "잘나가는 ‘강소기업’의 경우 이 같은 국제환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정치와 외교가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아 통관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자주 봐 왔다"며 이 같은 국제 정세를 걱정했다. 인천본부는 연내 발효될 ‘한·콜롬비아 FTA’를 앞두고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과 전략수출 종목 등에 대한 기업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수출기업을 경영하는 CEO에게는 일반인에게 없는 특별한 경영 DNA가 있다. 협회는 이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날마다 바뀌는 국제 정세와 해외시장 동향, 그리고 복잡한 무역 정보와 통관 절차 등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는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출역군’의 든든한 조력자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