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당뇨병이나 각종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만이 암까지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는데요. 비만 환자의 암 발병률은 정상 체중인 성인에 비해 남성은 1.3배, 여성은 1.55배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 지방조직, 암 유발 물질을 키우다

▲ 김진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비만이 암 발병률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사이상(代謝異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체에는 생활의 리듬처럼 규칙적인 대사의 리듬이 존재합니다. 이 리듬이 깨지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여러 질병과 함께 비만이 생겨나지요. 비만으로 인해 발생한 대사이상은 돌연변이 세포의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우리 몸을 지켜주는 정상 세포가 돌연변이 세포의 발생을 막지 못하면 결국 암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살이 찌면서 우리 몸의 지방조직이 늘어나는 것도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지방조직은 지방세포를 만들면서 동시에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호르몬 물질 분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데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아디포넥틴과 같은 단백질 물질은 몸의 지방세포 양이 늘어날수록 반비례해 줄어듭니다. 간단히 말하면 살이 찔수록 암 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약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분비도 비만 세포의 증가와 함께 늘어나 염증 반응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면역계에도 이상을 일으켜 암 세포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데 영향을 끼칩니다.

# 체질량 지수 증가, 암 발생 위험 높여

WHO의 국제암연구협회는 비만이 유방암이나 대장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식도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과식과 복부비만으로 인해 생겨나는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고, 당뇨병 중 하나인 고인슐린혈증은 대장암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암학회도 비만인 경우 신장암 및 식도암 발생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3배 높고, 자궁암의 발생 비율은 3.5배에서 5배까지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비만으로 인한 남성의 암 사망률은 14%, 여성의 암 사망률은 20% 증가한다고 합니다.

체질량의 증가는 암 발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데요.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가 1㎏/㎡ 증가할 때 대장암 1.05배, 유방암 1.07배, 자궁내막암 1.13배, 신장암 1.08배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폐경기 여성들의 경우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는데, 조사 결과 폐경기 한국 여성(40~64세) 중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여성은 정상 체중에 비해 전체 암 발생 위험이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비만이 암의 발병률뿐 아니라 재발률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비만 암환자의 경우 암의 성장과 전이가 빠르고, 항암치료 후 암 재발률도 정상 체중 환자에 비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체중 감량, 암을 막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체중을 감량하면 암의 위험도 함께 줄어드는 것일까요? 현재까지는 비만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비교적 많이 발표돼 있지만, 체중 감량이 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근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제암연구기관(IAR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통해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30~3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비만이 대장암의 발생률을 35%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의 경우 적극적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면 대장암의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유방암 환자가 체중을 줄이면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유방암 치료를 받은 여성 2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조사한 영국의 한 연구 결과 체중을 약 2.2㎏ 줄이고 5년 동안 유지한 여성들의 유방암 사망률이 10년간 7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고도비만 환자에 비만 대사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수술 후의 임상 결과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점이 많습니다. 비만 대사 수술을 받은 환자를 표본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Cohort Study)에 따르면 수술 후 15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졌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물론 암의 요인으로는 가족력이나 다양한 생활 습관이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식습관과 체중 관리를 통해 암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면 삶의 질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김진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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