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고등학교(교장 김효남)는 1983년 3월 성헌고등학교로 출발해 1997년 3월 교명을 바꿔 성장해 온 인천의 명문고 중 하나이다.

올해까지 총 1만3천74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로, 특색 프로그램으로 예절교육, 생활한자 학습, 인성교육 등이 유명하다. ‘부모님께 큰절하고 등교하기’, ‘매일 아침 등굣길 교문에서 인사하기’ 등 효행 실천 운동과 함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먼저 성실해야 합니다"라고 늘 말하는 양지학원 김종기 이사장의 설명대로 성실을 강조하고 있다.

「인제고 30년 사」에 나온 대로 인제고의 명물 중 하나는 교문 옆 이발소다. 두발자유화 이전 머리가 긴 학생들이 적발되면 바로 직행하는 코스였다.

인제고의 학생부, 지금은 생활안전부로 이름이 변경됐지만 장장 17년간 생활안전부장을 맡아 온 선생님이 있다는 소식에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위치한 학교를 지난 2일 찾았다.

서상열(57·체육)선생님은 인천지역 고교의 학생부장, 일명 ‘학주’ 중 최고참에 든다. 1985년 임용돼 30년 교편생활 중 무려 17년간이나 학주를 맡아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퇴근 후에도 교내와 주변을 살피며 학교폭력 및 안전사고 예방 등에 힘써야 하니 사실 교사들이 힘들어 기피하는 직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마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 현직 학주 중 제가 최고참일 거예요. 1997년 처음 학주를 맡아 서로 연락하고 만났던 다른 학교 선생님들은 정년퇴직하셨거나 지금은 다른 직에 계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서 선생님은 유도를 전공해 유도부 지도교사 겸 체육교사로 인제고에 처음 발을 디뎠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국내에 유치한 1980년대에 교육부의 ‘1학교 1운동’ 육성 정책에 따라 이 학교에 임용된 것이다.

"운동을 전공해서인지 학생주임 직이 성격에 잘 맞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두발 단속 등 학생 지도에서 과거에는 좀 엄격한 면이 있긴 했어요."

1997년 처음 학주를 맡은 그의 열정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사실 머리 길이에 민감한 애들은 오전 7시 40분 등교 지도 시간보다 훨씬 일찍 학교에 들어와 특별교실 등에 몰래 숨어 있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안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다 적발해 학교 이발소로 데리고 간 기억들이 나네요." 그런 덕분에 학생들에게 "학생주임에게 걸리면 가차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정책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학생 지도의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고 그는 회고했다. "학생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는 것이 과거 학생 지도였다면 지금은 달라요. 아이들이 학교에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도록 안전을 챙겨 주는 방향으로 지도 내용이 바뀌었죠."

인제고만의 학생 지도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매주 금요일 생활안전부 3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첫째 주 안전 지도, 둘째 주 흡연 예방 캠페인, 셋째 주 학교폭력 예방, 넷째 주 두발·복장 지도란다.

서상열 선생님을 만나기 전 학교 알리미를 통해 교내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 확인해 보고 가졌던 질문을 이쯤에 던졌다. 궁금했다. 발생 건수가 총 1건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무척 적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잘 운영되고,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말씀을 잘 따른다는 것말고는 딱히 뭐라고 설명드릴 게 없네요. 아, 한 가지 있어요. 최근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선생님들 사이에서 학생부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짧게는 5년에서 8년 동안 학생부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학생들의 생활 지도에 최선을 다해 주신 선생님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늘 웃음을 잃지 않는 ‘행복남’ 고수문 선생님, 색소폰 연주의 달인 이성근 선생님, ‘며느리 길들이기’란 시를 쓴 김용수 선생님, 미술교사이자 화가인 조규창 선생님 등 셀 수 없다고 했다.

자기 자랑(?)을 해 달라는 주문에 엉뚱하게도 동료 교사들의 이름을 꺼내는 것을 보며 그의 마음씨를 알 수 있었다. 인제고 몇몇 교사들에게 미리 물어본 결과와도 같았다. 동료 교사들과의 융화가 최고라는 평이다.

동료 조규창 선생님은 "급격한 교육환경의 변화에도 학생부장을 17년 맡아 별 탈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교사들과의 관계가 좋아 선후배들이 조언을 많이 구하는 모범 교사라는 설명이다.

"교내에서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데, 서 선생님은 이와 반대로 문제 학생으로 낙인 찍힌 아이들이 생기면 더 많은 정을 주는 점이 무엇보다 본받을 행동"이라고 칭찬했다.

서상열 선생님은 올해 ‘제25회 스승의날’을 맞아 5월 15일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공적 조서에 그의 노력과 인제고 생활안전부의 활동이 잘 드러나 소개해 본다.

‘다른 교사들이 기피하는 생활안전부장(학주)을 17년간 맡아 그동안 학생·학부모의 의식 등 많은 변화에도 열린 마음으로 학교폭력 및 안전사고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학생·학부모·교사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고 있음. 경찰서·청소년단체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학생들의 비행 예방활동을 펼쳤고, 1999년 인천학생생활부장협의회 임원으로도 활동했음. ‘학교폭력 근절 자필 서약서 작성’ 운동 등을 실시해 교내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단 한 건에 불과함.’

인터뷰 말미에 오랜 학주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 조언을 전했다.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이라도 한 선생님의 평가만으로는 편향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오랜 기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부분말고 장점이 있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또 벌만 주면 학생과의 거리가 멀어져 학생 지도가 더 어렵게 되고, 오히려 다독여 주고 칭찬해 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학교를 나오는 참에 만난 몇몇 3학년 학생들에게 서 선생님에 대해 물었다.

"학생 지도 담당하는 선생님이신데, 별명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너무 순해서 학주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체육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공부하기 바빠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죠. 남학생들이다 보니 무엇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축구를 제일 선호하죠.

-선생님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사회인야구제에도 참가하는 인제부 선생님들의 야구부가 있어요. 1루수 주전이었는데, 지난해 손을 다쳐 지금은 모임에 끼지 못하고 자전거(MTB)를 즐겨 타고 있죠. 방학 중에는 틈틈이 등산도 즐겨 합니다.

-정년을 몇 년 앞둔 소감은.

▶4년 있으면 정년퇴직입니다. 막연한 생각이지만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갔으면 해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텃밭과 과수원을 일구는 생활을 꿈꿔 왔었거든요.

-교편 생활에 대한 회고는.

▶나름 보람이 많죠. 무엇보다 경인교대를 졸업하고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최근 교편을 잡은 아들을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죠. 특별하게 잘한 일이 없어 이번 인터뷰도 사실 내키지 않았는데 아들이 적극 권유해 응했어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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