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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은영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가 얼마나 있을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체로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기가 쉽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말같이 쉽지도 않고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를 풀어가는 소통의 한 방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즉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것은 그 실타래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소속된 인천여성가족재단은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인천시로부터 기관운영 사항 전반에 대한 감사를 받았다. 우리 재단은 2013년 인천여성문화회관에 인천발전연구원의 여성정책센터가 통합된 형태로 설립되면서 많은 어려운 현안사항을 갖고 있기도 했고, 처음 실시되는 감사 상황에서 ‘수감’이라는 단어는 익숙치 않은 단어이기조차했다.

더욱이 그간의 성과와 업무 처리에 대해 점검을 받는다는 것은 약간의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그런 초기의 우려 속에서,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감사의 방식이 시정운영 방향에 맞춰, 체감하는 감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재 인천시는 감사혁신을 통해 컨설팅을 접목한 수요자 중심의 감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감사의 상황을 떠올릴 때 점검과 평가를 목적으로 진행돼 업무의 맥락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단편적 지적과 적발 또 처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생각난다. 필자가 타기관에 소속돼 있으면서 경험했던 감사 과정에서도 업무의 특성이나 진행과정상의 맥락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행정 처리상의 원칙적 잣대만을 적용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를 받으면서 익히 알고 있던 감사 방식과는 달리 감사관들의 태도는 달랐고, 무엇보다 우리 기관 직원의 업무진행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검토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정책감사(컨설팅 감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감사의 경우, 예비감사 기간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쳤고, 감사 기간 중에는 사업수행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통해 재단의 방향성을 진단하고,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불합리한 요소를 시정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예컨대 해당 감사관은 재단 상황을 사전에 정보를 수집해 치밀하게 파악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기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청취하고자 노력했고, 이를 토대로 재단 업무의 효율화와 전략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보고서 수준의 자료까지 마련해 감사 마지막 날 감사총평을 통해 감사 결과와 재단의 방향성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감사과정을 통해 명백하게 확인된 것은 재단에서 연구 및 정책개발이 핵심기능임에도 현재의 연구 인프라와 예산 상황으로는 재단 본래 목적사업 수행에 제약이 발생하고 있음을 진단한 점이다. 이를 위한 재단의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과 연구인력 보강과 공간 재배치에 대한 제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줘 향후 이를 근거로 정책연구 기능 강화를 위한 재단 스스로의 노력과 시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한 점이 강조됐다.

재단에 속한 직원들의 눈이 아닌 객관적인 제 3자의 시선으로 재단의 현 상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감사를 통해 재단은 현안문제를 재진단하고 재단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전 직원들이 함께 고민함으로써 한 단계 더 도약해 나갈 수 있는 발판 마련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인천시는 300만 시대를 준비하면서 ‘혁신’,‘소통’, ‘성과’라는 핵심가치의 바탕 위에 시민의 행복체감지수를 높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혁신과 소통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키워드로 다시 한 번 강조될 필요가 있다.

문제점의 지적이라는 감사의 틀을 깨고 문제점을 해결해주기 위한 컨설팅 감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기’는 소통과 문제 해결의 주요 방식으로 정착돼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의 수요자 중심의 의견 수렴이 곧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의 출발이라 생각하며, 정책을 실행하는 공급자의 입장이 아닌 수혜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우선될 때, 시민의 행복체감지수가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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