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중소기업인들은 왜 경기 전망을 늘 어둡게만 보는 걸까요?"

이재원(54)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은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업황 전망 건강도지수(SBHI)에서 인천은 매번 전국 평균을 밑돈다며 이같이 물었다.

그는 또 ‘짠물’로 대표되는 인천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관련해 지역에서 내세워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경제인과의 만남을 통해 어렵고 답답한 경제 현실의 해법을 찾겠다며 마련한 자리에서 그는 오히려 기자보다 질문이 더 많았다. 중기중앙회 인천본부의 역할 중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지역 업체의 애로사항에 대한 조사와 설문, 정책 건의지만 그만큼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장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늘 하는 얘기가 인천은 다른 시도에 비해 사업(장사)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단체장, 기관장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자리에서는 한마디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못합니다."

아직도 기업을 운영하는 CEO에게 관의 문턱은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시 정책에 불만이 있어도 누구 하나 개인적으로 나서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본부장은 이 같은 이유에서 인천지역 내 결성된 34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결속을 다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들 조합의 조합원만 1천800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영세 업체 사장인 이들의 목소리만 하나로 모아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또 지역 내 중소기업 관련 15개 단체를 묶어 하나의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인천시장과의 정기적인 간담회도 성사시켰다. 기업 오너 개인이 시장에게 건의하는 내용은 단순 민원이 될 수 있지만, 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시 전체를 위한 정책 제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뿌리산업’은 아직도 제조업입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살 수 없듯이 인천 경제도 뿌리가 튼튼할 수 있도록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에 지속적인 밑거름을 줘야 합니다." 지난 인천시장과의 간담회 때에도 그는 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인천은 송도와 청라, 영종 등 신도시와 대단위 택지 개발로 아파트가 늘면서 제조업 공장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고, 공장부지 임대료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기업들의 ‘탈(脫) 인천화’를 부추긴다고 그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협의회를 통해 인천의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1+1’ 채용 운동과 함께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 보호를 위한 결의문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지역의 영세 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적합 업종의 법제화와 중소기업 의무대출제도의 실효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는 또 올해 전국 지역본부 중에선 처음으로 ‘중소기업 사랑지수’를 조사했다. 지역 기업들이 뭘 고민하고 지방정부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니즈(needs)’에 맞는 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시 정책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이 갖는 반감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부정적이어서 그대로 옮겨 전하기조차 민망할 정도였다고 했다.

원래 그의 고향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다닌 경상북도 구미다. 청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내고 대학은 인천에서 다녔지만 뼛속까지 친기업적인 그의 정치적 성향은 언뜻 봐도 보수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관한 한 그 어떤 진보 인사보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퇴임 후 뭘 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뜻밖에도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기업인들을 만나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을 텐데 그의 눈에도 현실은 기업하기에 녹록지 않은 듯 보였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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