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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행정학 박사>
뜨거운 여름날, 뜨거운 곳에서 더 뜨거운 경쟁이 시작됐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리우 하계올림픽’ 성화가 올랐다. 그 땅을 밟기 위해 출전한 모든 종목 선수들은 인간한계 고통을 수십 번 넘어서며 당당히 나섰다. 우리나라 선수뿐만 아니라, 각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들이 모두 참가하는 경연이다. 그들은 자국을 상징하는 국기로 활약한다. 그런 멋진 모습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역사다.

 올림픽은 고대와 근대로 나눠 볼 수 있다. 고대는 그리스의 제전경기가 여러 곳에서 개최됐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했던 것이 올림피아(Olympia)와 피티아(Pythia)였다.

 올림피아는 BC 770년부터 AD 390년까지 지속됐다. 당시 올림피아 정신은 고대 그리스인의 절대신인 제우스에게 바치는 의식행사로서 운동경기가 열리게 됐다.

 그리스는 도시국가 형태인 여러 개의 폴리스(Polis)로 나눠져 있었는데 각 도시는 다른 도시들로부터 자유롭기도 하고 동맹을 맺기도 했다. 각 폴리스간에 갈등과 반목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의 행사 동안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와 참관인 왕래에 불편이 없도록 일체의 전쟁행위를 중단했다. 이것이 고대 올림픽 정신으로 볼 수 있는 ‘평화를 위한 의식’이었다.

 근대에 와서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이 아르퀼(Arcueil) 대학의 학장 겸 목사인 헨리 디데옹(Henri Martin Dideon)이 한 말을 인용해서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승리보다 값진 것은 참가라고 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수세기 동안 디아스포라였던 유대인들과 전쟁 피해국인 우리나라, 베트남,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현재 여러 나라로 흩어지는 시리아까지, 어려운 형편의 나라들이 개회식에 참가하면서 전 세계인의 박수를 받는 광경은 숭고한 올림픽정신을 되새기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힘든 나라 선수들이 우승과 메달을 따려고 만 출전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참가 의의 속에 나라를 알리고, 평화를 위하는 올림픽이 추구하는 정신을 함께 한 것이다.

 이제 시작된 경기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눠지기 마련이다. 승패로 나뉘는 과정을 보며 기쁨과 환호, 좌절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호감가는 사람을 선택하고 자국을 위해 응원하게 된다, 또 이기면 기쁘고 패하면 슬프다.  다만 응원하는 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졌다 해서 온갖 비난과 절망을 보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곳에 서있다는 자체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세계평화와 모국 위상을 위한 것이다.

선수와 참관인을 위해 전쟁을 중단했던 고대 올림피아 정신처럼 관전하는 우리도 경기에 일희일비(一喜一悲)않고 즐기는 문화시민이 됐으면 한다.

 얼마 전, 세계적인 축구선수 메시에게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27일(한국 시간) 열린 ‘코파 아메리카컵’ 칠레와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그 뒤 국가대표를 은퇴하겠다고 발표하며 한 번 더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그때 시골학교 선생님이 보낸 편지가 감동이었다. "아이들은 지금 영웅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우려하며 "당신의 은퇴는 승리의 가치만 중요하게 여기고 패배를 통해 배우는 것을 무시하는 행태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당신은 성장 호르몬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단지 패했다는 이유로 대표팀을 은퇴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짜 영웅은 졌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질 때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결과와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면 그것이 바로 위대한 우승"이라고 메시에게 호소했다.

 너무나 아름답고 숭고한 편지다.

 세계평화를 위한 제전, 올림픽이라는 경이로운 역사에 출전한 모든 선수는 평화의 신화가 됐다. 승패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박수와 경의를 표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승자에겐 당연한 환호가 따르지만, 패자에게는 편지를 보낸 선생님의 글처럼 ‘영웅은 실패해도 포기 하지 않는 것이고, 져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또 ‘사랑하는 일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우리는 응원을 통해 말하자. 일생을 바쳐 노력하고 땀 흘리고, 피 흘린 젊은 신화들에게 패자란 없다. 대한민국 자녀들이여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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