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고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패배였다. 이변의 주인공이 될 뻔한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탁구 남자 단식 정영식은 9일(한국시간) 4라운드(16강전) 경기가 끝나고 고개를 떨궜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저절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철승 코치가 ‘괜찮다’며 등을 두드렸지만 쉽게 그치지 않았다.

누구도 세계랭킹 1위 중국의 마룽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0-4로 졌더라면 그렇게 안타깝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두 세트를 앞서 가다 내리 네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그것도 세트스코어가 2-2인 상황에서 5세트 11-10으로 리드하다 내리 3점을 허용했다. 6세트는 더욱 아까웠다. 9-4까지 앞서며 7세트까지 몰고 갈 수 있었지만 11-13으로 역전패했다. 세계 최강 마룽을 상대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활약이었다.

지난 6월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0-4로 완패했다. 그리고 코리아오픈에서는 1-4로 진 것에 비하면 대등한 그 이상의 경기였다. 정영식은 금메달을 꿈꾸며 한 달 이상 비디오를 보면서 마룽만을 분석했다. 마룽만 이기면 메달은 물론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던 유남규, 유승민을 생각했다. 이제 ‘사고’를 한 번 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금메달을 따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사고’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처음 밟은 올림픽은 간단치 않았다. 세계랭킹 1위도 그냥 최강이 아니었다.

정영식은 "또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이번 세트만 따내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영식은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금메달을 따서 스타가 되고 싶었는데…"라고 고개를 떨궜다.

정영식의 플레이에 마룽도 혼쭐이 났다. 마룽은 "처음 두 세트를 빼앗기고 초조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어려운 경기를 했고, 까다로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영식은 아직 잠재력이 크다"며 "앞으로 중국을 위협할 강력한 상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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