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세계랭킹 1위 중국의 마룽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0-4로 졌더라면 그렇게 안타깝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두 세트를 앞서 가다 내리 네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그것도 세트스코어가 2-2인 상황에서 5세트 11-10으로 리드하다 내리 3점을 허용했다. 6세트는 더욱 아까웠다. 9-4까지 앞서며 7세트까지 몰고 갈 수 있었지만 11-13으로 역전패했다. 세계 최강 마룽을 상대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활약이었다.
지난 6월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0-4로 완패했다. 그리고 코리아오픈에서는 1-4로 진 것에 비하면 대등한 그 이상의 경기였다. 정영식은 금메달을 꿈꾸며 한 달 이상 비디오를 보면서 마룽만을 분석했다. 마룽만 이기면 메달은 물론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던 유남규, 유승민을 생각했다. 이제 ‘사고’를 한 번 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금메달을 따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사고’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처음 밟은 올림픽은 간단치 않았다. 세계랭킹 1위도 그냥 최강이 아니었다.
정영식은 "또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이번 세트만 따내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영식은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금메달을 따서 스타가 되고 싶었는데…"라고 고개를 떨궜다.
정영식의 플레이에 마룽도 혼쭐이 났다. 마룽은 "처음 두 세트를 빼앗기고 초조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어려운 경기를 했고, 까다로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영식은 아직 잠재력이 크다"며 "앞으로 중국을 위협할 강력한 상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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