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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성경 창세기에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으라는 사탄의 유혹을 받고 결국 유혹에 넘어가고 이브는 아담에게 선악과를 권해 함께 결국 죄를 짓게 된다. 이브에게 사탄은 선악과는 금단의 열매가 아니라고 달콤하게 유혹한다.

 이브는 아담에게 권할 때 혼자서 선악과를 따먹고 불안해서 아담을 유혹했는지 혹은 선악과를 먹는 것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아담을 신으로 만들고 싶어서 권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선악과를 먹고 난 다음의 달라진 현상은 부끄러움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 창세기 이야기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까지도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여기에서 사탄의 유혹은 아주 매혹적이라는 것 그리고 결국은 인간의 이 달콤한 사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뱀이 이브를 유혹하고 이브가 아담을 유혹해 연쇄적으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현상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은 여기에서 자유 의지를 주셔서 선악을 선택하게 하셨고 결국 마지막 선택의 결과는 본인이 지게 된다고 하는데, 신이 준 자유의지로 악을 이기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나약한 모습인 것 같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하루 종일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유혹에 시달린다. 어떤 유혹은 이기고 어떤 유혹들은 극복하지 못한다. 성경에서 나오는 사탄의 유혹은 결국 인간이 넘어가는 유혹이니 생활하면서 극복하는 유혹은 사탄의 유혹은 아닌가 싶다.

 자신이 활동하는 반경이 좁은 사람은 그 좁은 반경 안에서 유혹을 받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큰 사람들은 더 큰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선악과를 따먹고 부끄러움을 알게 됐다는 인간의 속성이 지금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심심치 않게 갑질과 관련된 경제인들, 또 심심치 않게 정치활동하면서 불로소득을 취하게 되는 정치인들에게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어서 부끄러움과는 관계 없는 것인지 혹은 그들 자신이 규칙을 정하는 이들이라고 생각에서 선과 악의 판단에서 제외된다고 오만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고 해 신이 자신의 권력을 신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 역사 속에서도 이 인용구가 그대로 내려올 정도로 충격을 주는 문장이다. 그런데 사회 지도 계층에서 이런 정도의 충격적이고 오만한 문구를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기도 하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많은 태양왕이 주변에 있는 것이다. 인간 자신을 신과 같이 너무 과대평가할 때 주변에서는 불편하고 마음 속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지위, 신분, 돈이 신의 위치와 자리를 바꾼 지금은 신과 동격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인간에게 자신은 신의 위치가 돼버리니 선악과를 따먹어도 판단할 필요가 없는 지위이고 부끄러움을 갖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돼버린다. 지금은 본인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탄의 유혹이라고 느끼는 것도 인간이고 넘어가는 것도 인간이므로 그들에게는 사탄의 유혹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신학을 연구하거나 성경을 많이 그리고 깊이 읽는 분들은 틀렸다고 조언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다. 창세기 성경에서 사탄의 유혹에 빠지는 인간이나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인간은 지금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인간보다 훨씬 순진하고 착한 인간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선악과를 따먹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인간을 보고 싶은 게 요즈음 느끼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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