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Tunnel)
126분/드라마/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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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한 영화 ‘터널’이 쟁쟁한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 ‘부산행’을 모두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 영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다시 생각했다는 관객들의 평이 많다. 생명의 소중함을 다룬 재난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 조난자는 단 한 명이다. 개통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터널이 붕괴해 그 속에 갇힌 유일한 생존자, 자동차 영업사원 정수(하정우 분).

 의도적인 설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인간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재난을 당한 희생자의 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오히려 한 사람이 거대한 재난을 홀로 마주했을 때 외로움이나 두려움은 더 배가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람의 수로 재난의 규모를 재단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생명이 가진 가치를 영화 속에 온전히 담아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터널 안에 갇힌 정수가 구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버티고 있는 동안에 벌어지는 터널 밖의 상황은 이렇다.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마치 세월호 참사 당시의 현실을 비꼬는 듯하다.

 특종·단독 보도에 혈안이 된 언론들과 부실공사로 물의를 일으킨 시공업체의 나 몰라라 식의 태도, 실질적인 구조는 뒷전인 채 윗선에 보고하기 급급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 제대로 된 대처 매뉴얼 없이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터널 밖 사람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나타난다.

 구조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구조 작업을 둘러싼 여론이 분열되는 모습도 보여진다. 비용 때문에 구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과 터널 안에서 1년 같은 1분을 견디며 생사를 다투고 있는 정수의 필사적인 사투를 대조시키며 관객들에게 묻는다. ‘한 생명의 소중함도 귀중하게 생각해야 좋은 사회 아닐까요’라고 말이다.

 재난영화지만 내용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허를 찌르는 반전과 웃음 요소가 간간히 나온다. 김성훈 감독의 전작 ‘끝까지 간다(2013)’를 본 관객이라면 충분히 알 것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게 김 감독의 주특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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