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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인천지부장
"사는 것이 무엇이야"하고 뜬금없이 어린 손자 놈이 물었다. 별안간 물어보는 말에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물론 살아야 할 이유를 이것저것 곁들어 말해줬으나 속 시원히 말해주지도 못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시원하게 답을 주지 못하면서 뜬구름 잡는 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너 자신을 위하여’ ‘잘 살기 위해서’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등 많은 이유를 말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은 아니다.

 살아가야 하는 가치를 어떻게 설명하고, 가슴에 와 닿도록 하는 것이 난감하지만 언제라도 살아가야 할 것을 분명히 제시하고 그것을 수긍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설명과 함께 대답을 듣도록 대략적으로 정리하고 원래 제자리에 와 있었으면 하는 좋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리지만 당돌한 질문을 한 손자에게 수긍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만나는 몇몇 친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자 문제 같지 않은 문제를 갖고 쓸데없이 스트레스 받고 있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대답하려는 친구는 열심히 공부하면 저절로 나중에 스스로 알게 될 것이라고 알려줬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면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면 또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물을 것이고 또다시 같은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지만, 나중에 스스로 알 것 같아 공부하는 것이 그런대로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을 위해 공부한다면 아마 가장 이기적이기지만 공부 자체에 자신을 맞춰 열심히 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쉽게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어른이 돼서 고생하지 않고 잘 살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 돈 많이 벌기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는 등 일러주게 된다. 하지만 공부는 자신만을 위해서 공부한다고 말해주면서 공연히 마음이 편치 못하고 아이에게 너무 편협한 생각을 심어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자신을 위해 공부하라고 말하기보다 누구에게도 앞설 수 있도록 공부하면 자신의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달성한 최고의 결과가 주위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만족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공부한다고 말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요즘 진보교육이 ‘경쟁이 죄악이고 그 자체가 가치롭지 않기에 함께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물론 경쟁에서 앞서 나가면서 자신만을 위해 공부한 사람들이 옹졸하고 치졸하게 변해 세상을 부끄럽게 만든 정치인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성취한 후에 많은 주위 사람에게 베풀면서 도와줘 살 만한 가치로운 사회를 만들어준 어른들도 많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옆 사람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북돋아줘 함께하는 공부, 남에게 주는 공부를 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분야 가운데 자신이 제일 잘하는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 많은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베풀 수 있는 전문성을 얻어서 나눠주기 위한 과정이 바로 공부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주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바로 네가 하고 싶어 하는 분야를 열심히 노력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서 세상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누며 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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