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문을 연 더리미미술관이 최근 정상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임 김경민 대표의 몸이 좋지 않아 3년 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던 참에 예술인 세 자매가 미술관을 인수해 재개관한 지 9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사고(?)를 치고 마냥 행복하다는 세 자매는 제각각 개성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전문 예술인들이다. 그 주인공은 유지영(52), 유리·유미(49)자매.

더리미미술관 대표를 맡고 있는 둘째 유리 씨는 음악가이다. 웨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챔버오케스트라 등을 거쳐 현재 파시오네 오케스트라에서 부악장을 맡아 클래식 대중화와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하는 연주를 펼치고 있다.

그녀는 자매 소개와 미술관을 인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쌍둥이 동생인 유미는 화가이자 국내에서 미술치료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로 「정신분열증 환자의 미술치료와 삶의 질(2010)」 등 집필 저서가 무척 많고요. 큰언니 유지영은 미국에서 방송광고학을 전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친 광고계 베테랑이에요. 음악·미술로 세상을 치유하는 행복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지난해 세 자매가 의기투합해 여기 모인 거지요."

현재 운영 중인 전시 소개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2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전시회는 2층 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영희·고수연·유미 3인전과 아동 그림에 대한 무료 진단 프로그램이 8월 31일까지 열린답니다. 몽환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그림과 추상화, 미술치료 전문가의 작품 등 서로 대조적인 작품들이 선보이는 게 이번 전시의 특징이죠."

1층 전시관에서는 항시 아르 뷔르(Art Burt)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고 한다.

"순수한 미술을 뜻하는 아르 뷔르란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Jean Dubuffet)가 아마추어 화가나 어린아이 등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순수함에 매료돼 지칭하면서 널리 사용된 용어예요."

동생의 영향을 받아 독일 아르타반 스쿨에서 예술치료사 과정을 수료하기도 한 유리 대표는 바이올린을 전공한 만큼 음악회는 직접 주관해 열고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강화에 살고 있는 군민들이 사실 음악·미술 분야의 문화 혜택을 누릴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매월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클래식 공연이 회를 거듭할수록 찾는 분들이 늘고 고정 팬이 생겨 기뻐요."

현재 더리미미술관은 학예사 파견 등 과거 받았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개관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신청 자격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 자매가 미술관의 일상 사무에서부터 공연까지 모든 일을 다 챙겨야 하는 이유이다.

"다행히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수익이 생겨 아직은 버틸 만하죠. 세 자매 모두 인건비를 챙기지 못하니 실질적으로 적자 운영이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쁘지만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지금도 행복하지만 곧 ‘세상은 행복 투성이’라고 말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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