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내 주머니에 들어왔을 때 진짜 내 돈이라 할 수 있다."

이영근(62)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저조한 외자 유치 실적 때문인지 취임 1년을 맞은 소회에서 "투자자의 말에 현혹돼 공수표만 남발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17일은 그가 10개월 넘게 공백이었던 인천경제청장의 자리에 앉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외자 유치 실적만을 놓고 볼 때 현재 그가 내밀 수 있는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인천경제청의 올해 외자 유치 실적은 FDI(외국인직접투자) 신고 기준으로 7월 말 현재 3억3천170만 달러에 불과하다. 올해 목표액 9억3천만 달러에도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그러나 그는 "IFEZ(인천경제자유구역)의 투자 여건은 이미 충분히 성숙돼 있어 굳이 예전처럼 공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며 "너무 안달하지 않아도 남은 임기 동안 충분한 외자를 유치해 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랜 기간 공직에 있다 대학교수까지 역임한 이력 때문인지 마냥 느긋해 보이기만 한 그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다고 비난하기 일쑤다. 317조 원이란 천문학적인 금액의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로비설에 휘말려 낙마한 전임 청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해 지난 1년 동안 단 한 차례 해외를 나갔다 온 그는 "막연하게 검증도 안 된 투자자를 찾아 나서기보다 양질의 투자자가 모일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기획해 실질적인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고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가 공들이고 있는 프로모션 중 하나가 내년 6월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릴 ‘뉴시티 서밋’이다.

이 청장은 "매년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처럼 뉴시티 서밋과 같은 행사를 정례화해 국제적인 큰손들을 인천에 불러 모으겠다"고 자신했다. 5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되는 서밋에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공인된 800여 명의 잠재적 투자자들이 인천을 찾게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그는 또 자신의 취임 1년의 가장 큰 성과로 ‘뉴시티 서밋’ 유치와 함께 2022년까지 예정된 IFEZ 개발계획을 2030년까지 연장한 것을 꼽았다. "IFEZ 개발계획을 단순히 연장한 것이 아니다. 확고한 미래 비전 전략인 ‘글로벌 비즈니스 프론티어’를 통해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 역할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이 청장은 개발계획 연장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의 재임기간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사업지구 중 4곳이 지정해제되고, 외자 유치 실적마저 역대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이 또한 선언적 의미로만 퇴색되고 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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