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기업 및 외국인 투자 유치가 긴 ‘수면(睡眠)’에 빠졌다. 햇수로 2년이 넘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선6기 시정부 출범부터다. 지금의 IFEZ 상황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긴 수면을 넘어 마치 동면에 빠진 느낌이다. 국내 경제자유구역 ‘효시(嚆矢)’란 닉네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이란 원대한 목표는 더욱 찾아볼 수 없다. 정부로부터 2003년 8월 5일 ‘국내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IFEZ가 왜 이 지경에 됐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관련 기사 7면>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시중에서는 벌써부터 ‘사람의 문제’란 말이 나돈다. 제4대 이영근 청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서다. 인천경제청은 17일 이 청장의 취임 1년을 계기로 보도자료를 미리 배포했다. A4용지 8장 분량의 자료다. 자료에서는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IFEZ의 투자 유치 실적이다. 이 청장 취임 1년 동안 14억7천300만 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 실적을 보이며 투자 유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을 근거로 이 같은 허무맹랑한 수치를 내놓고 자랑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인천경제청이 공식 집계한 FDI 신고 금액은 7월 말 현재 3억3천170만 달러다. 이마저도 ㈜셀트리온헬스케어(1억77만 달러)와 스태츠칩팩코리아 유한회사(1억7천500만 달러) 등이 자본금 증자와 생산시설 확충 등을 위해 신고한 금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천경제청이 거의 기업 및 외국인 투자 유치에 손을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경제청은 2014년 하반기부터 10개월 넘게 이어진 장기간의 청장 공백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아직도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가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외투 실적이 저조하다고 이유를 든다. 이것 역시 변명에 불과하다. IFEZ 지정 이후 이 같은 문제는 늘 거론돼 왔다.

이 청장이 부임한 지난해 8월 이후 인천경제청이 투자자와 체결한 MOU(양해각서)는 단 3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건도 없다. 통상적인 투자 유치 활동의 경우 투자자와의 MOU를 체결한 이후 최소 2~3년 안에 실거래가 이뤄진다. 이보다도 더 늦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이 청장 부임 이후 신고된 투자금액은 전임 청장의 몫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말을 역으로 표현하면 제4대 청장이 취임한 이후 투자 유치는 한 건도 없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이 청장은 지난해 취임식을 끝내고 기자실에 들러 "새로운 공직자의 길을 열어 준 유정복 시장과 인천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호언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IFEZ의 투자 여건은 이미 충분히 성숙돼 있어 굳이 예전처럼 공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며 여유를 부렸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IFEZ의 개발사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당연히 기업 및 외국인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 그런데 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인천경제청장의 마인드가 이 모양이니, IFEZ가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IFEZ는 지금 변화에 목말라하고 있다. 변화를 이끌 선두에 청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장실에서 복지부동(伏地不動)하다 가끔 G-타워 홍보관 등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의전하는 청장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청장이 필요하다. 이 청장은 1년 전 자신이 내뱉은 말대로 행동을 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그래야 유 시장은 물론 인천시민들에게 누(累)를 끼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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