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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기호일보 DB
인천시가 버스 노선의 졸속 전면 개편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업체 대표들과 수천만 원의 세금으로 외유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유 명목은 일본의 ‘버스정책 모범 운영 사례’를 보겠다는 것으로 인천시 공무원과 지역 버스업체 대표들, 버스노조 관계자들이 함께 한다. 일정 대부분이 관광이다.

16일 시에 따르면 시 버스정책과장 등 공무원 2명과 버스회사 대표, 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등 46명이 약 7천500만 원의 세금으로 31일부터 9월 3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홋카이도로 ‘노사정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인천지역 버스업계의 신노사문화 정착과 노사정 관계를 정립하고, 외국 선진 도시의 버스정책 및 모범 운영사례 비교시찰을 통해 시민 위주의 버스정책을 수립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시는 이번 외유에 참가하는 민간인 44명에 대해 민간경상보조비로 7천260만 원, 공무원 국외업무여비로 260여만 원 등 총 7천520여만 원의 혈세를 지원한다.

문제는 3박 4일 일정 중 버스정책 및 운영과 관련된 일정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첫날인 31일은 낮 12시 45분 일본 치토세 국제공항에 도착해 아이누 민속촌을 탐방한다. 이어 오후 4시 호텔에 투숙해 온천욕을 즐긴다. 둘째 날 오전에는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도야호수 유람선을 탑승하고, 쇼와신상 활화산 견학 후 해변가와 연결된 야마시타 공원을 관광한다. 오후에는 오타루 운하 등을 둘러보고 역시 온천으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유일하게 업무와 연관된 셋째 날에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삿포로시청을 방문하고, 중식 후 일본 버스회사를 두 시간여 둘러본다. 공식 일정이 끝나면 윈터 뮤지엄과 오오쿠라야마 전망대 견학 등 관광에 나선다.

관광 일정은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인천 복귀 날인 9월 3일 호텔에서 조식 후 구도청사와 시계대 등을 둘러보고 오후 5시 15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노사정 협력 프로그램은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42년 만의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후 시민들의 불편에 따른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불과 개편 2주 만에 노선을 재조정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담당공무원과 업계 관계자들이 수천만 원의 세금을 들여 외유성 해외 관광에 나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많다. 시 내부에서도 이 같은 얘기가 나온다.

시의 한 직원은 "버스 노선 개편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공무원과 버스업체 사장들이 혈세로 해외 연수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충분히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매년 진행하는 행사이고, 일정이 그때 잡힌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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