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무임승차자의 80일 
정다훈/서해문집/206쪽/1만1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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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으로 이룬 오늘날의 평화를 매일 누리는 무임승차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5인의 독립운동가를 찾아 대륙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누리는 온전한 일상이 누군가의 치열한 투쟁과 희생에 의한 것임을 알고 오늘의 평화에 무임승차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저자는 무임승차를 끝낼 승차권을 끊는다. 러시아·중국·일본으로의 80일간 여행이다. 바로 오늘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을 기억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저자가 떠난 과거로의 여행에서 5인의 항일운동가가 소개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이회영,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항일 무장투쟁의 시작을 알린 안중근, 미국 작가 님 웨일즈(Nym Wales)가 쓴 「아리랑」의 주인공인 김산, 한·중·일 세 나라가 모두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사회주의 계열 최초의 여성 독립운동가 김알렉산드라 스탄케비치이다.

 신흥무관사관학교를 세운 우당 이회영이 가족들과 함께 조선을 떠나면서 전한 말이 20쪽에 나온다. 한 번 음미해 보자.

 "슬프다. 한반도가 왜적의 것이 되었으니 차라리 죽을지언정 왜정 치하에서 노예가 되어 생명을 구차히 도모한다면 어찌 짐승과 다르겠는가? 만일 뒷날에 행운이 있어 왜적을 멸망시키고 조국을 다시 찾으면 이것이 대한민족된 신분이요, 도리라고 생각한다."

 서강대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 중국 베이징대, 일본 와세다대에서 공부한 청년인 저자 정다훈은 역사적인 인물과의 ‘가상 인터뷰’도 시도한다. 이회영에 드리는 글 중 하나이다.

 "이회영과 그의 형제들은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권력과 명예를 누리는 넉넉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국수 한 그릇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빈곤한 삶을 선택했고, 한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식당 탁자 위 국수 한 그릇에 목이 메었다. 100년 전 다롄항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온기 가득한 이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이회영 선생을 찾아뵙고 싶다."

 시인 윤동주의 국적에 대한 논란도 들어볼 만하다. "한·중·일 세 나라는 윤동주의 국적 문제를 놓고 논쟁 중이다. 우리는 당연히 한국인이라 믿고 있지만 윤동주가 태어난 곳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룽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윤동주가 조선족 중국인이라 말한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윤동주가 릿쿄대학 입학을 위해 창씨개명을 했고 당시에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세 나라의 보통 사람들은 윤동주의 시를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사라는 버스에 무임승차 하지 마라
구민우/북랩/194쪽/1만2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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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를 66기로 졸업한 현역 육군 대위가 쓴 군생활 지침서이다.

장교가 쓴 책이라 장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집안이 어려워져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목적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육사에 지원해 합격했다는 게 저자의 고백이다. 하지만 육사 졸업장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4년간의 생도생활 내내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한다.

멋진 예복과 절도 있는 동작 뒤에는 피와 눈물과 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후배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두 번째 총기 오발사고, 경고장과 의욕 상실’, ‘여군과의 문제로 헌병대에 끌려가다’ 등 실제 군대생활이 어떤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있다.

그리스, 인문의 향연
박경귀/베가북스/488쪽/3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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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박경귀 국민통합기획단장이 최근 펴낸 「그리스, 인문의 향연」은 그리스 문명의 탄생과 전파,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민주주의와 시민의식까지 그리스인의 사유와 문화를 다양한 소재로 살펴본 책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을 서양 문명의 스승으로 본 저자는 제대로 된 인문학을 공부하려면 서양 문명의 원천인 그리스 문명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8차례에 걸친 현지 답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철학과 문학, 예술, 과학, 건축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를 세운 그리스 문명의 발전 과정을 소개해 과거의 흘러간 이야기가 아닌 문명의 보고로 설명하고 있다.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350여 장의 사진·그림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 140편에 포함됐을 정도로 교양서로써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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