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하루(Worst Woman)
 93분/로맨스/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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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내지 예술영화에 가까운 ‘최악의 하루’가 만약 흥행에 성공한다면 각본과 영상미, 음악의 영향일 것이다.

 각본을 직접 쓴 김종관 감독이 전하는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위트 넘치는 대사에 관객들이 모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최악의 하루’는 최선을 다했지만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린 여주인공에게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어느 날 배우지망생 은희(한예리 분)가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다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서울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서촌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상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료헤이와 헤어진 후 은희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러 촬영지인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때 잠깐 사귀던 이혼남 운철(이희준)이 은희가 올린 SNS를 보고 그녀를 찾아 남산으로 온다.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는 은희는 복잡한(?) 남자 관계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거짓말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 부문에 출품될 당시 영화 제목은 ‘최악의 하루’가 아닌 ‘최악의 여자’였다. 제목을 잘 바꿨다. 현오와 운철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난 적이 있다고 해도 은희가 최악의 여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서울의 서촌·남산 일대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걷고 대화하는 장면들을 감각적인 영상미로 담아냈다. 아마 ‘여기가 서울 맞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이 많다.

 재즈풍의 음악도 좋다. 무엇보다 어떻게 보면 밉상으로 보일 수 있는 여주인공 은희 역을 소화한 한예리를 칭찬할 만하다. 독립영화계로 발을 디뎌 활동 폭을 넓혀 온 그녀가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이다. 원래 전공이 무용인데 정말 예쁘게 무용하는 장면도 나온다.

 ‘최악의 하루’는 감각적인 영상미와 감성적인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로 6월 열린 제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오는 25일 개봉 예정.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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