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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구 청운대 대학원장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서울로 망명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외교관들의 망명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염증내지는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함께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아직도 남한의 공작정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그런 반응을 보이지만 외국 주재 외교관들에 대한 감시, 감독이 강화되고 있다고 들린다. 북한 정권을 선전해야 할 이들이 북한 정권에 대한 쿠데타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고 있는 이유는 삼대(三代)에 걸쳐 지리멸렬하게 지속되는 독재정권에 대한 염증일 것이다. 남한이나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절대적 궁핍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북한의 현실을 이들은 분명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자유세계를 경험한 외교관이기 때문에 다시 북한에 돌아가 자녀들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희망이 없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도 군주가 다스리기 어려운 사람은 자유를 맛본 자들이라고 「군주론」에서 말하고 있다. 자유와 물질적 풍요함이 부족한 곳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철권통치뿐일 것이다. 그러기에 김정은은 국제사회가 비난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주체사상으로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고 다그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를 유지 할 수 없다. 국제 사회가 아무리 북한 정권과 대화를 하려 해도 그들이 속으로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하지 못한 핵폭탄, 수소폭탄을 개발해 미국과 대치하는 듯한 이미지를 인민에게 보여줌으로써 강력한 군주의 이미지를 김정은은 정권 연장에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나이 어린 그가 정권을 오래 유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은 핵문제를 갖고 남한과 국제사회에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 tactics)을 하고 있는 덕택이다.

지금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사드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북한은 여기에 올라타 정권연장의 묘수를 찾아내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삼대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니 배고픈 북한 주민은 탈북을 시도하고 외교관들은 공관을 떠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인민들에게 사랑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군주가 국가를 유지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도 국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한번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정권을 이어받은 김정은은 관후(寬厚)한 이미지 연출을 하다가 장성택을 공개처형하고부터는 현영철과 같은 원로들을 줄줄이 숙청하고 있다. 관후한 이미지 연출을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니 공포정치가 손쉽기 때문이다. 재미가 들린 듯이 공포정치를 반복한다면 두려움은 증오로 바뀔 것이고, 결국 인민이 군주의 곁을 떠날 것이라고 마키아벨리는 말하고 있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하고 있다. 북한에서 공개되는 사진들은 김정은 옆에 군인의 모습이 보인다. 국가를 지키는 군대가 내 옆에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귀족계급이 아니라 인민의 신뢰를 얻어야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민의 숫자가 많고, 그들은 지배하려는 욕망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소통이 안 되고 배고픔이 지속된다면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마키아벨리는 그 당시 프랑스가 좋은 의사소통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칭찬한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꼭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짧게 공포정치도 할 수 있다던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 볼 때도 김정은은 너무 멀리 가버렸다. 현대판 슈퍼 마키아벨리언이다. 이제 탈북 주민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 대우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인간은 희망이 있는 곳을 찾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금 달리고 있는 길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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