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주변 근육을 꾹꾹 눌러 주세요. 10초간 3번 반복해 보세요"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눈건강 강의 동영상은 실버극장인 ‘추억극장 미림’에서 영화 상영 전 스크린에서 꼭 소개되는 프로그램이다.

추억극장 미림의 최현준 부장과 무용가 박은주·박소봉이 아이디어를 내 주 관객층인 노인들을 위해 만든 이색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무용가 박소봉(32)은 추억극장 미림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파견한 7명의 예술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박은주 무용가와 함께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과 건강체조를 진행하는 ‘미리미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제 강의에서는 과거 그 시절 음악에 맞춰 부드럽게 출 수 있는 소울댄스를 알려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열정을 다해 살아오시다 보니 흥겹게 노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계신 것 같다"며 "마치 우리 부모님을 보는 듯해 마음이 짠해 세심하게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난 15일 시작된 미리미 케어는 10월 3일까지만 운영되는 단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은데 어떡하죠?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파견해 현재 극장을 돕고 있는 예술인들과 지난주에 단합대회도 다녀왔다. 노인들을 위한 인천 유일의 전용관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제안도 했다.

"추억극장 미림이 옛 극장을 인수해 그대로 운영하다 보니 ‘오래된’ 또는 ‘낡은’ 이미지가 조금 남아 있는 게 사실이죠. 노인들을 위해 지자체 등이 지원해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추억의 장소로 변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그러면 젊은 세대도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서인천고를 졸업하고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녀가 제주도립무용단 등 앞날이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거리공연이나 현장을 찾아다니는 춤꾼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이가 많다.

"안무가가 던져주는 내용을 그대로 소화하는 무용수가 아닌, 저만의 작품을 가지고 나의 몸으로 연기하는 춤꾼이 되고 싶어서요."

그녀는 서울 건대 입구 앞에 있는 커먼그라운드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춤 스승인 스태거(유정훈)·칸(권석진) 등과 함께 현재 맹연습 중이다.

"한국무용과 힙합 등을 융합한 공연을 국내에서 해 보고 싶어요. 아직은 연습으로 땀을 흘리면서 살아있다는 희열과 만족감을 느끼고, 수많은 땀은 곧 희망으로 연결되지 않을까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