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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중국의 언론은 대개 ‘중국 공산당의 목구멍과 혀(喉舌)’라고 한다. 그러니까 공산당의 기관지라는 말이다. 인민일보를 비롯해 대부분의 매체는 공산당의 방침을 중국 인민에게 충실히 전하는 도구로써 중앙당 선전부가 철저하게 통제한다. 환구시보는 인민일보 산하에 있으므로 그 거친 논조와 보도 내용이 바로 철저하게 통제된 방침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겠다.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국제문제, 미국과 일본, 타이완이나 심지어는 북한에 대해서 환구시보는 그야말로 자극적이고 험악하고 거칠기가 이를 데 없다. 무슨 언론이 저 모양이냐고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 ‘평양은 짐주(짐새로 만든 독약)를 마셨다’고 쏘아대는가 하면 최근의 사드 문제를 두고 ‘인민해방군은 미사일로 성주(사드배치장소)를 겨냥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한국 정계인사를 제재해 중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대폿집에서 막말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니까 중국의 대외 문제에 있어서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것도 아주 거칠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표현으로···.

 그런데 매일 200만 부를 발행하는 이 신문의 독자는 대부분이 중국의 지식인계층이라고 알려져 있다. 환구시보의 인터넷 사이트 환구망(環球網)의 방문자는 하루 1천만 명이 넘는데 젊은이들과 지식층이 다수를 점한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내에서 환구시보는 대외 문제에 관한한 그 영향력이 단연 타 매체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시진핑 국가 주석과 얽힌 이야기는 환구시보의 영향력을 엿보는데 좋은 실례가 된다. 지난 2월 시 주석이 중국의 3대 언론인 신화통신사, 중국중앙TV(CCTV), 인민일보를 방문했을 때 한 신문을 가리키며 "내 사무실에도 이 신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그날 TV뉴스를 통해 전국에 그대로 방영됐는데 시 주석이 가리킨 신문이 바로 환구시보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헷갈린다. 환구시보는 국제적 뉴스를 주로 다루는데 공산당의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국가 이익이 걸린 기사에서 격정적이고 호전적으로 대응한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불편한 심기를 배출하는 것이다. 한데 독자층도 그렇고 앞서 시 주석의 경우처럼 중국의 대외정책을 살펴보는데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여론을 등에 업는데 능하기 때문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원래 환구시보는 선진 외국의 여러 경험을 중국 독자에게 전달해 개혁·개방의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면과 인민일보의 국제부나 해외 특파원으로 일하는 기자들에게 원고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보너스를 해결한다는 면이 출발의 주요 동기였다. 독자에게 편승하려면 정론지 성격보다는 상업적인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환구시보는 성공적이었다. 민족주의적 성향의 독자들 구미에 알맞은 선동적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한 것이었다. 더하여 인민일보 해외 특파원들의 수준 높은 현지의 생생한 기사는 중국 지식인층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20여 년 전 주(週) 1회 발행(8p)하는 주간지 ‘환구문췌’로 출발한 것이 4년 후 ‘환구시보’로 이름을 바꾸고 16p 발행했는데 2001년 9·11테러 이후 주 2회 발행에 200만 부를 돌파했다. 지금 환구시보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매일 발행할 정도로 비약적 발전을 했다. 그러니까 공식적인 당 대변지는 아니지만 국제적인 불쾌한 심기가 있으면 환구시보는 한발 더 나아간 선전 도구가 돼 여론형성에 힘을 발휘하는 상업지로 튼튼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중국 내에서 매우 특이한 언론 매체다. 공식적인 통로가 아니면서 중국 지도부의 관심이 각별하다. 대중적 상업지 성격인데도 구독자층은 화이트칼라 등 지식층이 다수다. 여론 형성에 힘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환구시보의 논조나 주장에 대해 우리는 예의주시하면서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이 오랜 친분과 현실적인 상호이익에 대해 대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환구시보쯤은 별 거 아니다’는 식은 곤란하다. 흥미 있는 가십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언론 시장의 교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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