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건축업자의 성화에 못 이겨 시행 2년도 안 된 경관위원회를 ‘무용지물’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대표성을 지닌 송도국제도시가 이색적이고 수준 높은 건축 경관을 자랑하게 될 것이란 기대마저 흔들리고 있다.

23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2014년 말 자체 경관시스템을 구축해 시로부터 법적 권한을 위임받아 독자적으로 운영해 온 경관위원회를 기존 건축위원회와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경관위원회의 기능이 일부 건축위원회와 중복돼 행정력 낭비와 함께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천건축사협회 등은 그동안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에 까다로운 경관심의로 인해 건축허가까지 상당 기간이 걸려 지역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송도국제도시 8공구 A1블록 매수자인 송담하우징㈜이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센토피아 랜드마크시티 공동주택에 대한 경관심의를 핑계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토지대금 납부 기한을 시에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인천경제청이 지난해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경관위원회는 올해 들어서만 모두 15차례 열려 89건에 달하는 건축물 경관을 심의해 이 중 단 13건만 원안대로 가결했다.

나머지는 ‘조건부’가 59건으로 가장 많았고 재검토가 15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취하된 것도 2건에 달한다. 그만큼 경관심의가 까다로워졌다는 방증이다.

인천경제청장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하는 경관위원회는 도시환경과 조경, 디자인 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면적 1천㎡ 이상 다중 건축물에 대한 경관을 심의한다.

특히 인천경제청이 자체 설정한 송도국제도시 내 6개 중점경관관리구역에 들어서는 모든 건축물은 경관심의를 통과해야만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인천경제청이 중점경관관리구역으로 관리하는 곳은 인천대교 진입부인 6·8공구(33만㎡)와 대규모 공원이 조성된 국제업무지구, 매립이 진행 중인 송도 11공구 등이다.

이들 중점경관관리구역은 인천대교에서의 조망을 고려한 색채와 디자인, 도심 전체의 텐트형 스카이라인을 유지한 건물의 높이, 수변공간과 연계한 시각 통로와 바람길 등 저마다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다.

그러나 경관위원회가 구성원 대부분이 건축사인 기존 건축위원회로 기능이 통합될 경우 단일 건축물에 대한 심의만 이뤄질 뿐 주변 경관과의 어울림은 등한시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대 나인수 도시건축학부 교수는 "신도시인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조성단계부터 경관계획을 수립해 국제적인 도시로 디자인해 왔다"며 "단순히 건물을 빨리 짓기 위해 경관심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도시를 망가뜨리겠다는 ‘심보’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