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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학 푸른꿈비전스쿨 교장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ICT로 촉발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다. 이 쓰나미는 정보화 사회로 지칭되는 제3의 물결(제3차 산업혁명)을 집어 삼키면서,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인류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바둑 경력 1년인 구글의 ‘알파고’에게 무릎 꿇는 장면을 보고 경악해야 했다. 인공지능이 체스나 장기 등 여러 게임분야에서 세계 챔피언들을 이긴 사례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바둑에서 만큼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1997년 IBM의 체스 인공지능 ‘딥 블루(Deep Blue)’가 22세의 최연소 세계 체스 챔피언인 러시아의 ‘개리 카스파로프’를 2승 3무 1패로 눌렀다. 인류가 컴퓨터에게 정복당했다는 실망과 슬픔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컴퓨터의 탁월한 계산 능력을 감안할 때, 오히려 인간이 대등한 승부를 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기도 했다. 한편 2011년 미국의 ‘제퍼디(Jeopardy)’라는 TV 퀴즈쇼에서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역대 최고의 출연자 두 명을 상대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컴퓨터의 기억력과 정보처리 능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고 난 후, 인류는 달라지는 현실을 인정하게 됐다. 인공지능의 자기학습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인간 최고’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았으니 말이다.

인공지능시대가 본격화하면 인간의 위치는 점점 모호해지게 된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약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버리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고 한다. ‘딥 러닝’으로 무장한 로봇들은 척척 길 안내를 하고, 학습을 매개하며, 똑똑한 비서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들은 젊은 인재 채용보다 맞춤형 인공지능과 로봇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당장 인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으면서 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들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기계와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에 봉착하게 만든다. 언어 사용의 유무 · 감정의 유무 · 상황대처 능력 유무 · 창의성 등으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것은 이미 진부한 것이다. 컴봇에서 휴머노이드나 사이보그로 변신하는 기계인간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계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 목적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모든 만물을 평화롭게 관리하는 존재가치를 갖고 태어난다. 창조의 과정도 다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계와 달리, 사람은 생물학적 과정을 거치지만, 근본적으로 부부 간 사랑의 결과물로 태어난다. 성(性)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바보 같은 사람도 인공지능이나 로봇보다 비교할 수 없이 존귀한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높은 도덕성과 따뜻한 감성, 신뢰지수와 관계성 등이다. 이를 통해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지 않으면, ‘인간경시풍조’가 더욱 더 만연할 수 있다.

‘10년 후면 없어질 직업을 위한 공부’에 청소년들을 죽어라 매달리게 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변인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일이 느린 것 같지만 가장 현명하고 빠른 길이다. 가정의 교육적 기능과 밥상머리 교육을 회복시키고, 인성과 감성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인성’이고 ‘사랑하는 힘’이다. 독서와 탐방과 다양한 관계 중심의 체험활동이 강력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이 바로 되지 않고는, 인간과 기계와의 바른 관계는 있을 수 없다. 깨어지고 어그러진 인간관계가 지속되고 심화돼 간다면, 인간은 인공지능과 로봇들의 반란에 봉착하고, 그 노예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 도덕성의 반영이고, 그 도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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