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화교 수필가 우매령(于梅玲·45)씨가 최근 수필집 「아버지와 탕후루」(범우)를 출간했다.

탕후루(糖葫蘆)는 산사나무 열매 등을 꼬치에 꽂은 후 설탕물을 발라 굳힌 중국 북방지역의 간식이다.

말 그대로 손 가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교로서 느껴야 했던 자신의 어려움과 부모세대의 기억, 고통을 주로 쓰게 됐다는 얘기다.

탕후루는 생전 아버지가 즐겨 먹던 간식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짐작할 뿐 자세히는 몰랐던 화교사회의 생활상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국내 화교의 출발점은 1882년 임오군란이다. 일제에 맞선 명성황후가 도움을 요청하자 출병한 청나라 군대와 함께 조선 땅을 밟은 40여 명의 군역상인이 최초의 화교다.

당시 청나라 해군제독 오장경(吳長慶)을 기리는 사당 오무장공사(吳武壯公祠)가 한때 ‘원세개(袁世凱) 사당’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서울 동대문 부근에 방치돼 있다시피 하다 지금은 연희동 한성화교중·고등학교 뒷산으로 옮겨 신축돼 있다.

한때 오장경을 기리는 기일 제사에는 주한타이완대표부 외교관이 배석한다고 한다. 한국전쟁 직후 강력한 반공 방침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있던 화교들에게 일률적으로 타이완 국적을 준 탓이다.

화교들의 춘계 여행 때는 반대다. 중국대사관이 참석한다. 중국과 타이완 양국이 그렇게 교통정리했다 등등으로 작가의 순수하고 진솔한 동기와 확고한 의지를 잘 읽을 수 있다.

우매령 작가는 이 책에 실린 35편의 수필에서 한국 출생의 화교로 살면서 한국인이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인도 아닌 이방인처럼 40대 중반까지의 고뇌에 찬 치열한 삶을 진솔하고 흥미롭게 쓰고 있다.

심언규 기자 sim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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