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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환 인천대 객원교수
물리학자들은 자연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스핀 양자수’라는 물리량을 통해 두 가지로 구분한다. 스핀 양자수가 정수이며 ‘보손(boson)’이라 하고, 반정수이면 ‘페르미온(fermion)’이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이 페르미온에 해당되고, 광자, 중력자, 글루온 등이 보손에 해당된다. 페르미온의 에너지 분포는 ‘페르미-디랙’ 통계를 따르고, 보존의 에너지 분포는 ‘보즈-아인슈타인’ 통계를 따르는데, 이로 인해 두 입자들은 특이한 성질들을 보인다.

 페르미온은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의해 동일한 원자 내에 동일한 시간에 동일 상태에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페르미온들이 모여 물질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보손은 중첩돼 동일 상태에 있을 수 있고, 응축 상태가 될 수도 있는데, 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기본 상호작용, 즉 기본 힘은 네 가지이다. ‘질량’이 있는 입자들 간의 ‘중력’, ‘전하’를 가진 입자들 간의 ‘전자기력’, 원자핵에 존재하는 두 가지의 상호작용으로서, ‘플레이버(flavor)’를 가진 입자들 간의 ‘약한 핵력(약력)’, ‘컬러 전하(color charge)’를 가진 입자들 간의 ‘강한 핵력(강력)’이다. 이 네 가지 힘을 중개하는 입자들이 바로 보손이다. 중력에는 ‘중력자’, 전자기력은 ‘광자’, 약력은 ‘W 입자’와 ‘Z 입자’, 강력은 ‘글루온’이다.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성질과 물질들 간의 상호작용을 주도하는 입자의 성질을 연구하고 있다.

 환원주의적 사고 방식에 의하면, 페르미온으로 구성된 물질들이 갖는 특성들이 보손으로 지칭된 입자들의 중개로 인해 다른 물질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즉 물질의 주체가 중개인을 통해 다른 물질 주체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체의 특성을 중개인이 완벽하게 다른 주체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혹시 중개인의 특성으로 인해 주체의 특성이 왜곡돼 전달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많은 중개인들이 서로 영향을 줘 정보를 변형할 수 있지를 않을까?

 현대 과학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의 원천이 되는 그리스 사상은 기원전 600여 년부터 800여 년 동안, 자연을 연구하는 ‘자연철학’과 윤리학과 정치학의 연구 기반이 된 ‘도덕철학’에 영향을 줬다. ‘자연철학’은 그 발전과 전문성이 증가돼 ‘자연과학’으로 자리매김하고, ‘도덕철학’은 ‘철학’으로 불린다. 이는 현대 과학을 모르는 철학자들은 진정한 철학자라고 말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철학에서 다루는 존재론, 형이상학, 인식론에서 존재론의 학문적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철학의 사유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파악될 수 있는 존재론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인간이 ‘존재에 대한 앎’에 대해서 존재 자체를 아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인식함으로 앎’인 것이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존재 자체를 알 수는 없고, 존재에 대한 인식을 통해, 존재 특성을 가늠해 본다는 것이다. 인식론이란 ‘지식의 본성’에 대한 탐구이다. 인식론은 "우리가 무엇을 알며, 그것들을 어떻게 아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답하고자 한다. 21세기 들어 세계적 신경철학자인 패트리샤 처칠랜드는 이러한 인식론적 접근을 뇌과학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녀는 인식론의 의문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데,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을 때 뇌는 어떻게 이를 표상화하는 것인지, 또한 그것들을 어떻게 아는지에 대해서는 뇌가 어떠한 작동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무한지식을 갖춘 신의 존재라면, 물리학과 철학에 전제됐던 물질 주체의 특성 연구와 존재론적 접근 방식에 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유한의 존재인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인지가 가능한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문의 견지에서 미래사회의 초연결주의가 갖고 있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연결주의는 바로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와 관련된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주체 간의 정보들이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 정보가 크게 왜곡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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