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손녀가 태어난 지 이제 갓 50일이 됐다. 빨리 커서 응석이라도 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같은 할아버지의 조바심처럼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이하 인천경제TP) 박윤배 원장도 맘이 급하다. 인천의 경제 분야 3개 공공기관이 통폐합되기 하루 전날 손녀가 태어났다는 그의 모습에서 전에 봤던 특유의 느긋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구청장 시절 불리던 ‘동네 아저씨’란 별명은 이젠 그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미추홀타워 6층에 위치한 그의 집무실에는 이날 결재해야 할 서류만도 수북했다.

정치인에서 경제인으로 180도 바뀐 행보를 걷고 있는 그에게 둘 중 어떤 일이 더 힘든지 묻자 그는 대뜸 "아직도 내가 정치인 같느냐"고 반문했다. 누구보다 인천의 경제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고민해야 하는 인천경제TP의 수장임을 각인시켜 주는 듯했다.

기다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천경제TP는 지역 기업에게 기술 개발과 자금, 마케팅, 인력 양성 지원 등의 도움을 ‘한 번에’ 해 줄 수 있는 곳이다. 성격과 기능, 역할이 다른 조직이 하나로 합쳐진 만큼 통합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3개의 다른 조직이 한 지붕 아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조직을 융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박 원장은 전국 지자체 중 처음 공공기관의 구조 개혁을 원만하게 이뤄 낸 만큼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초대 통합 원장이란 부담감보다 상실감이 많았을 조직원을 추스르는 데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정치인 출신다운 ‘관리형’ 리더의 면모다. 그는 통합 이후 15개로 늘어난 부서별 간담회를 추진하며 직원 한 명, 한 명의 애로사항을 꼼꼼히 챙겼다.

그리고 미추홀타워 1층에 신설된 ‘기업SOS팀’을 둬 기존 기관과 협력사업을 해 왔던 지역 기업인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또 다양한 기업 지원 서비스 정보를 먼저 알려 주는 ‘비즈오케이(Biz-OK)팀’을 새로 만들어 기업이 찾아오는 서비스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대기업과의 격차가 심화되며 악화되고 있다. 인천경제TP는 앞으로도 산업부와 미래부, 중소기업청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25개 정부 출연 연구소와도 협업체계를 구축해 이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과거 선거 때 부동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애썼듯이 이제는 기업이 인천을 떠나지 않게 열심히 뛰겠다는 박 원장의 옹골진 각오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