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발전 전략 패러다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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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열 한국문화정책학회장
현대사회는 글로벌 사회이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한 세계화의 현상은 자본뿐만 아니라 노동도 국가 간의 이동을 증대하고 있다. 각 국가의 도시들은 상호 경쟁체제 속에 편입됐으며, 이에 따라 각 국가의 주요 도시들은 종래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류 발전의 전 산업 단계에서는 농업, 수공업, 상업 등이 중요했고, 산업단계에서는 제조업 중심의 대량생산의 산업이 중요한 특징이었으며, 후기 산업단계에서는 전통적 제조업 외에 첨단 기술적 산업, 금융, 문화 등이 중요한 특징을 구성한다. 산업 단계의 주된 생산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었으며 일과 생산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문화, 여가산업, 도시 어메니티 등이 중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했다.

 이러한 세계화 속의 도시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도시 발전의 전략 모색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도시발전의 문화적 전략이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시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은 도시개발에서 문화적 요소의 영향을 식별하고, 문화예술과 소비의 영향을 새롭게 조명하고 이를 통한 도시개발 전략을 논의하는 것이다. 뉴욕, 런던, 파리 등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도시들을 보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산업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들 도시들이 글로벌 도시로서 세계문화예술을 선도하는 문화도시로 변모했다.

우리나라도 각 도시정부가 도시 경쟁력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최근 하나의 전략으로서 도시지역의 문화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문화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형성해 도시의 특수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장소 마케팅(place marketing)의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종래 경제적 가치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중요시됐다면 이제 상징가치(symbolic value)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도시문화를 단순한 문화적 삶의 향유라는 소비적 관점에서 생산성을 지닌 경제적 관점으로의 확대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례로 도시사회학자인 주킨(Zukin)은 도시발전에서 상징경제(the symbolic economy) 개념을 사용해 경제기반으로서 문화요소를 강조한다. 뉴욕 맨해튼을 상징경제의 예로 들면서 공공장소를 문화 상징과 기업 투자자본의 혼성물로 여긴다.

도시발전은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전통적 경제 요소들의 혼성 방식에 의존하지만 최근에는 장소를 어떻게 상징적으로 조작하는가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장소의 상징적 조작에는 전통적인 산업보다는 창조적 기술에 기반한 문화여가산업(entertainment industries)이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이는 연성의 힘(soft power)을 강성의 힘(hard power)보다 더 중요시여기는 관점이다. 이 연성의 힘에는 박물관, 도서관, 문화예술축제, 스타벅스 등과 같은 소비적 경제가 중요하게 차지하게 된다. 공간이 생산의 장소로서가 아니라 상징의 장소로서 작용하면서 문화가 공간의 프레임을 결정짓는 수단으로 작용해 연성의 힘을 창조한다.

도시발전에서 어메니티 요소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준사적재로 분류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배제가 가능하며 사용자 부담금이 부과된다. 일부 전통적 이론가들은 레스토랑의 어메니티 요소를 간과한다.

이들에 따르면 레스토랑은 단순히 순수한 사적재인 음식을 개별적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제행위 주체로 본다. 그러나 주거지와 일터 선택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레스토랑은 단순한 음식 소비처가 아니다.

브랜드 있는 레스토랑(예를 들면 VIPs나 Outback 등)의 입지는 지역의 장소적 맥락을 재규정해주며 이는 심지어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이러한 어메니티 요소들은 도시의 지역적 상황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를 것이며 이들의 누적적 효과는 개인이나 기업의 입지 선택 결정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인구 증가나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 도시발전을 위해 생각해 볼 점

유럽사회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미국사회에서도 1970년대부터 문화예술을 도시개발의 중요한 도구로 인식했다. 이들 도시에서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공동체 의식의 강화, 시민참여의 증진, 시민 접근성 제고 등이 모색됐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문화예술의 경제적 영향이 중요하게 고려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문화경쟁은 바로 경제적 경쟁과 직결된다. 문화는 경제며 경제는 문화인 시대가 됐다.

 이처럼 소비와 생산이 동전의 양면으로서 동시에 작용하는 시대에서 도시정부의 문화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하게 확대돼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말했지만 "바보야 문제는 문화야"라는 말을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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