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달 4~5일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뜨거운 감자'인 한반도 문제에 로우키를 유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리더십과 중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중국으로선 한반도 사드(고고도 방어 체계) 배치나 북핵 문제 등 지역 현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경우 G20 회의의 성과가 가려질 수 있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보인다.

31일 중국 매체들을 살펴보면 최근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된 보도가 확연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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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TV 제공]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관영 언론들이 총동원돼 1면, 사설로 총공세를 취하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신 최근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는 G20의 성공적인 준비 현황과 중국의 리더십을 부각하는 데 집중돼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 및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통해 중·미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G20 정상회의에 모든 관심을 몰아가는 분위기다.   

매일 1~2꼭지씩 대대적으로 사드 반대 관련 보도를 해왔던 관영 CCTV 또한 이번 주 들어 사드 관련 보도는 사라지고 G20이 개최되는 항저우 소개와 관련 인터뷰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이번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명실공히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중국 또한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서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사드 등이 거론되는 것은 물을 흐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나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 북한에 애매한 입장을 보였던 중국이 최근 안보리의 대북 규탄성명에 동참한 것도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응에 번번이 제동을 걸어온 중국은 지난 26일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 규탄성명 채택에는 동의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차량이 서호(西湖) 주변에 설치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있었던 북한의 SLBM(7월 9일), 노동·스커드 미사일(7월 19일), 노동미사일(8월 3일) 발사 때는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규탄성명 채택에 미온적으로 나오거나 '사드 반대' 문안을 넣자고 요구해 대응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지난 25일 언론성명 초안을 이사국들에 회람한 뒤 이틀도 되지 않아 신속하게 성명이 채택됐다. 이번 성명은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감행됐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전부 거론하며 강력하게 규탄한 것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성명 채택은 미국과 중국 간의 합의를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중국이 G20 정상회의를 의식한 일시적 태도변화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원하는 중국으로선 안보리 규탄성명 동참을 강하게 원하는 미국의 요구를 묵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북 문제에 대해 관련 당사국들이 긴장 조성을 하면 안 된다는 중국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는 중국이 다시 사드 문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미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놓고 한국 및 일본을 강력히 비난하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G20이라는 큰 행사가 끝나면 다시 이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문제는 G20 회의가 끝난 뒤"라면서 "이번 G20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좋은 결과를 내면 양국 관계의 긴장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별 소득이 없다면 올해 하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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