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
소피 마제/뿌리와이파리/284쪽/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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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철석같이 믿는 것들이 과연 사실일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남들 앞에서 자랑하기 좋은 풍부한 지식도 좋지만 제대로 된 삶을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가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영어 교사인 저자 소피 마제는 2010년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정치 토론을 다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진짜와 가짜를 찾아내 사람들이 하는 말을 무턱대고 믿어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수업의 의도였는데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기 때문이다. 그때 크게 외친 말이 바로 책 제목과 같은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였다.

 그날 이후 소피 마제는 뭔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2011년 정규 수업 내용에다 ‘지적 자기방어’ 강의를 추가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교육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그 수업의 토론 내용을 모아 펴낸 것이다. 주제가 인종차별주의, 음모론, 비종교성 원칙 등 쉬운 내용은 아니다.

 세상을 바로 읽는 생각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편에 일례로 든 ‘결국 오염된 대도시에 사는 게 더 건강하다’란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본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도시 공해 때문에 건강이 위협받는다고들 한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의 2007년 조사를 보면 프랑스인의 77.5%가 도시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귀농도 딱히 훌륭한 해결책은 아니다. 일례로 사망률은 수도권인 일드프랑스보다 시골 마을 오베르뉴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2007∼2009년 사이, 인구 10만 명당 파리 727명, 오베르뉴 857명). 이런 격차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의료 불모지 때문이다. 즉 도시에 살면 의사와 병원이 많아서 치료를 받고 생명을 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대중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사례도 있다.

 『범죄 피해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백인으로 나온다(그리고 대개 여성이다). 하지만 FBI 통계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강력범과 잡범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피해자는 소수집단에서 나왔으며 흑인과 중남미 출신이 가장 많았다(더구나 대개 남성이었다). 그러니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흑인 범죄자를 대거 보여 주는 것보다도 더 비뚤어져 있는 게 아닌가. (중략) 잠시 텔레비전을 끄고 정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자. 대다수의 피해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피해자는 백인 남녀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고 드라마에서 뿐 아니라 일부 정치인들의 연설에서까지 오직 범죄자로만 취급되는 소수집단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는 불가리아 출신으로 자유를 찾아 프랑스로 이주한 문예비평가 츠베탕 토도로프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조언한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재검토해 보면서 지식 암초 사이를 항해하듯 키를 잡고 나아가라."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는 참교육을 위한 토론수업에 딱 어울리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실에서의 다문화교육
김연권·한용택·손녕희·이민정/고요아침/173쪽/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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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 다문화교육센터가 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개한 책이다. 크게 초등학생·중학생·학부모를 위한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를 인종·문화적 측면에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라고 부르기에는 성급하지만 인구 구성 비율의 변화 속도에 있어서 다문화사회가 빠르게 찾아오고 있는 게 사실이기에 이런 연구총서의 발간은 바람직하다.

 이 책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추상적 논의나 다문화교육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구

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가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 없이 서로 공존할 줄 아는, 다양하면서도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느 소시오패스의 수면법
이상은/현대시학/124쪽/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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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해 한국문인협회 인천시지회에서 활동 중인 이상은 시인의 시집이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일종인 ‘소시오패스(Sociopath)’처럼 이상은의 시에는 유독 정신질병의 출현이 잦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 신상조는 "질병이 결핍과 좌절, 상실을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라며 ‘현대인을 위한 질병의 시학’이라는 평을 내놨다. 대표작은 아니나 유독 눈길이 가는 작품 ‘동태’를 소개해 본다.

 <수학시험에서 20점을 받았다. 여백이 휑하다. 여백은 주로 미안했다. 집으로 가는 길을 에둘러 걸었다. 집에 가면 엄마가 없기를 바랐고, 저녁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으나 저녁은 왔고 저녁을 따라 엄마도 왔다. 어스름이 되자 좌판을 서둘러 접었을 것이다. 팔다 남은 동태처럼 언 손을 비볐을 것이다. 몸을 툭툭 털자 비린내와 비늘이 쏟아졌다. 전대에서 나온 동전과 엄마 얼굴에서 비늘이 반짝였다. 그날 저녁 찌개엔 동태눈이 동동 떠다녔다. 응시. 그렇게 슬픈 눈은 찌개에 들어가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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