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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경기예술고등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이 학교가 반듯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학생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금방 가늠할 수 있었다.

마주치는 학생들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것도 그냥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예의를 갖춘 깍듯한 인사다.

문화예술계를 주도하는 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된 경기예술고등학교(교장 황병숙)의 첫인상이다. 이 학교는 경기도에서 유일한 공립 예술고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삶을 지향하자’는 교훈이 피부로 느껴졌다.

경기예술고에 유명한 일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2012년 부임한 황병숙 교장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외부 출장 등 특별한 날을 빼고는 4년 동안 매일 학생들에게 하는 점심 식사 배식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과 늘 함께 하겠다는 교장선생님의 메시지이다. 역시 ‘그 선생님에 그 제자’가 그냥 나오는 법은 없다.

경기예술고의 3층 교무실에서 학생안전인권부장을 맡고 있는 김동철(51·사회)선생님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바로 질문을 건넸다. 이 학교 학생들의 인사성이 밝은 이유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 학교에 부임해 느낀 저의 첫 생각이기도 해요. 사실 아이들이 예의 바르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글쎄요. 학교 내 인성교육의 나름 성과이자,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예술고 학생들만의 특유한 문화가 겹쳐졌다고 말씀드리면 맞을 것 같네요."

김 선생님은 "음악과·미술과 각 2학급, 만화창작과·연극영화과 각 1학급으로 한 학년이 총 6학급으로 구성되는데, 선생님과 선배를 존중하는 문화가 깍듯해요. 선생님뿐 아니라 220명에 이르는 전문교과 강사님들에게도 마찬가지죠. 후배들은 선배에게 배울 게 많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겠다는 식의 위계질서 문화가 예술고의 특징이랍니다."

궁금증이 풀리자 학생부장, 일명 학주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다.

"각 학급의 특성이 강하다 보니 다른 학교에 있는 학년부(장)가 없어 수학여행·체험학습·축제·졸업앨범 제작 등 학생과 관련된 업무를 학생안전인권부가 거의 도맡아 처리하고 있죠. 계원인 이수대(수학)·이희영(한국사)·김효정(체육)·송수경(보건실장)선생님의 꼼꼼한 업무처리와 좋은 유대관계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요."

생활안전부, 학생생활부 등 일반적인 명칭 대신 ‘학생안전인권부’라는 좀 길고 거창한 부서명을 붙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마 인권을 강조하는 학교는 많지 않을 걸요? 우리 학교에서는 장애 이해교육·장애인 이해교육·양성평등 교육 등을 전 학년 학생들에게 꼭 가르치죠. 이런 교육을 통해 공감과 배려 등의 의식이 길러지는 것 아닐까요?"

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배려하는 생활지도를 강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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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터 하면, ROTC 육군 중위로 제대해 사회생활을 하다 처음 부임한 시흥 송운중학교에서는 사실 아이들을 좀 엄하게 다뤘어요. 2011년 경기예술고로 옮겨 와서 생각이 변한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예능적 소질도 있어야 하지만 이곳으로 진학하려면 중학교 성적이 반 1∼5등 이내로 대부분 영특하고 모범적인 학생들이 많아 굳이 엄격한 학생 지도가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한마디로 자정능력이 있다는 판단이에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예술고 특성에 맞는 ‘교문맞이’이다.

"단순히 통제하고 지적하는 교문 지도가 아닌, 학생들을 미소 짓게 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민 끝에 율동패를 조직해 환영 공연을 하거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복을 입고 학생들을 맞았죠. 단정한 차림새를 갖춘 학생들을 시상하고 바른생활부 학생들과 함께 선글라스를 끼고도 교문맞이를 했죠. 물론 매일 하는 교문맞이에 매번 변화를 줄 수는 없지만 반응이 꽤 좋답니다. 좀 웃긴가요?"

학주 김동철 선생님은 특목고인 예술고의 특성에 어울리는 교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예술인을 키워 내는 곳이잖아요. 동료 선생님들과 ‘스트링스(Strings)’라는 기타 동호회 활동도 했고, 교사 밴드 ‘수미락’을 결성해 축제 때 무대에 올라 연주도 펼쳤죠. 그때 당시 학생들의 환호와 열광은 언제까지나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듯해요."

교사 밴드 이름인 수미락의 뜻을 물었더니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 앞 분식집 이름이에요. 아이들이 깔깔 웃던데요."

이렇듯 다양한 생활지도 활동을 펼쳐 올해 스승의날에는 교육감 표창을 수상한 학주지만 고민은 없을 수가 없었다.

"학생 간 갈등과 마찰은 일반 학교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봐요. 다만 예술적 기질이 강한 학생들이다 보니 감수성이 예민해 발생하는 일은 있어요. 한 번 이들의 감수성이 묻어난 예를 들어 볼까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배치된 인력인 배움터 지킴이를 맡은 분이 위촉기간이 끝나 학교를 떠나셨는데 이를 안 학생이 찾아와 앞에서 엉엉 우는 거예요. 성품 좋은 분을 왜 붙잡지 않았느냐고 하소연하는데 저의 마음은 오히려 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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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제자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도 했다.

"그룹 AOA 소속 가수 설현이 우리 학교 졸업생으로 유명하죠. 지금은 대스타로 성장했지만 당시에는 연예기획사 연습생으로 고된 훈련을 받아서인지 지친 모습을 본 적이 많아요.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조연을 맡은 배우 이수경도 있네요. 문제를 일으켜 학생안전인권부를 찾아온 학생보다 진로·진학 고민으로 온 아이들이 더 기억나네요. 왜냐하면 진로 선택 폭이 아무래도 좁기 때문인 듯해요. 예술인을 꿈꾸며 입학한 한 아이가 고민 고민 끝에 서울교대로 진로를 수정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제자 강효은인데, 어쨌든 제대로 된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점에서 대견했죠."

인터뷰 말미에 학주로서의 조언을 전했다.

 "학생들이 잘못했을 때도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잘 하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듣길 제일 원해요.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대부분 용서하고 기회를 주죠. 비겁하지 말자고 가르치죠. 실수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인생 좌우명이나 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 일명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믿어요.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뤄지는 법이죠.

 -선생님의 별명은 무엇입니까.

 ▶3학년 사회문화·법과 정치를 지도하며 사례 중심으로 수업하면 학생들이 재미있고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죠. 최근 사회적 이슈인 김영란법, 사드 문제 등도 찬반의 입장에서 설명해 주죠. 그래서인지 옛날 미국 드라마인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에 나온 킹스필드 교수와 비슷하다고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킴(김)스필드’라고 하네요.

 -기억에 남는 책은.

 ▶대학 시절 읽은 에버레트 라이머의 「학교는 죽었다」(1982)에요. 인간의 잠재력을 키워 주는 본래의 사명을 상실한 학교는 이제 죽는다고 이게 ‘학교의 죽음’이라는 내용인데, 빠르게 변하는 교육의 현실을 잘 예측하지 않았나 싶네요. 다양한 사고와 활동을 통해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학생이 미래의 인재상이라는 점을 시대에 앞서 짚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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