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건축물대장을 정정하라고 한 사례가 있으니 저희 집도 이대로 경매가 끝나진 않겠죠?"

법원과 권익위가 비슷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지난 봄 인천시 서구 한 신축 빌라의 호수가 뒤바뀐 채 등기돼 엉뚱한 옆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날 판<본보 4월 18일자 19면 보도>인 70대 노부부 세입자는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 빌라는 12가구 모두 호수가 등기부나 건축물대장과 다르게 돼 있었다.

31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노부부가 낸 이의신청에 대해 "현관문 표시대로 잘못 입주함에 따른 점유관계의 착오가 소유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 이 사건 경매에 목적물 불특정이나 권리흠결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청인과 현관문상 402호에 거주하는 임차인 및 각 소유자들의 이해관계는 매각 절차가 진행된 후 주택인도 및 배당 과정에서 정리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02년 서울시 도봉구 한 다가구주택의 건축주는 신축 후, 앞서 서구 빌라와 비슷하게 건축물대장에 표시된 각 층의 주택 호수가 실제 주택의 호수 표시와 다르다는 사실을 모른 채 구청에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입주민들은 호수 표시가 일치하지 않아 소유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자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주택 현관에 표시된 호수와 건축물대장에 호수를 실제 현황과 일치하도록 정정하는 것은 소유권 변경을 수반하지 않고,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도 건축물대장의 기재 내용에 잘못이 있거나 이를 발견한 경우 직권정정하거나 직권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히고 도봉구청에 건축물대장을 정정하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전국에서 처음 나온 사례다"라며 "사실상 호수가 바뀐 것이 맞고 국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불편하면 행정기관에서 바꿔 주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서구 사건은 등기부상 면적 등이 서로 달라 쉽게 건축물대장 호수만 바꿔 주면 되는 도봉구 사안과는 조금 다르다"며 "또 건축물대장을 바꾸면 등기부와 호수가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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