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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몽골 ‘인천희망의숲’조성 추진위 실행위원장
8월 중순, 투명해서 더 차게 느껴지는 호수의 물은 백두산 천지에 비해 덜 차가웠다. 무릎까지만 적시면서 가슴이 저리도록 찰 것으로 기대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 민족의 시원에 접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우리 민족의 출발점이라는 흔적을 확인해 보고 싶었던 마음에 비해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일부 종교단체에서 강조하고 있어 그다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우리의 전통인 서낭당과 솟대 개념의 상징시설인 하알가(나무기둥에 다섯 가지 색상의 끈을 둘러댄 것으로 몽골에서는 ‘어워’라고 한다)가 있는 것 외에는 매년 7월 말에 국제샤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지난 10년간 몽골에 ‘인천희망의숲’을 조성하기 위해 20여 차례 다니면서 희망사항으로 가지고 있다가 올해 기회가 생겨 동행하게 됐다.

 바이칼 호수는 약 3천만 년 전에 형성된 곳으로 시베리아의 툰드라 초원지대에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카스피해나 북미 5대 호보다 면적은 작으나 담수량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한반도의 ¼만한 크기에 가장 깊은 곳은 1천600m가 넘는 곳으로 북미의 5대 호 물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물을 갖고 있다. 바이칼이라는 말은 ‘풍부한 호수’ 또는 ‘바다’를 의미하며 지질학자들은 먼 옛날 한아대륙이 북으로 이동하다가 아시아 대륙과 충돌해 지표가 융기한 곳이 히말라야이며 반대로 접힌 곳이 바이칼이라고 한다. 해발고도 1천500m 이상의 산들로 둘러싸인 이 호수에는 330여 개의 하천에서 유입되며 ‘앙가라’라는 단 하나의 강으로 유출되는 곳으로 빠른 유속의 앙가라강은 북극해를 향해 흘러간다. 식물이 1천80여 종, 동물이 1천500여 종의 희귀 동식물이 있으며 대표적인 동물이 바이칼바다표범이다. 담비, 수달, 시베리아족제비, 고라니, 흰꼬리수리, 새매부엉이 등 다양하다. 호수 안에는 22개의 섬이 있으며 유일한 유인섬인 알흔섬은 제주도의 절반 크기로 이 섬에 우리 민족의 출발지라고 하는 발한바위가 있다.

 약 72㎞ 길이의 알흔섬에는 1천5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연간 30여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중간 지대에 깔끔한 호텔 이외에는 대규모 관광 시설은 없어 보인다. 음식점 등의 관광 시설이 부족해 북쪽 끝까지 하루에 다녀오기 위해서는 비포장 도로를 빠른 속도로 운행하지 않으면 텐트 신세를 져야 한다. 지나치는 풍광 중 특이하게 보이는 것이 알흔섬 곳곳에 모래언덕이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지나가는 길의 30% 정도는 돼 보였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보다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겠으나 이 섬에서의 변화를 한 번의 방문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바이칼 호수 중앙에 위치하는 섬에 모래가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사막화의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다만 사막화를 의심하게 된 것은 모래둔덕 곳곳에 자라나고 있는 사막화 지표식물인 ‘하르항’이라는 식물 때문이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곳곳에 상당량의 개체가 있었다. 전 국토의 70%가 진행되고 있는 몽골의 사막화가 북쪽인 툰드라 지역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이 더 흥미로운 것이다. 지표면의 풍화로 뿌리마저 드러나 흉측하게 드러나 있는 울란바토르 동쪽의 좀머드 침엽수처럼 알흔섬 모래둔덕의 나무도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적송과 자작나무가 곧게 자라고 있는 울창한 숲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몽골의 자연현상을 이곳에서 일부 보기만 한 것을 침소봉대할 수는 없으나 사막화가 일반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고 변화가 확실하게 진행된 이후에야 인식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게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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