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교내 폭행 관련 게시물에 가해자의 성별을 물었다는 이유로 인신공격과 성희롱에 시달려 휴학계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여성혐오(여혐)’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경희대와 피해 여학생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7일 ‘경희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한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대나무숲’은 익명으로 글을 게시할 수 있는 페이지다.

이 학교 1학년생인 신모(19)씨는 이날 해당 페이지에 "후배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배가 뺨을 치는 가혹행위가 있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익명의 글이 올라오자 "정말이라면 미개합니다. 그 폭행범의 성별이 어떻게 됩니까?"라는 댓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일부 남성들은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신 씨에게 "역시 페미니스트라 성별이 궁금하신가 보네요", ‘메갈X’, ‘꼴페미즘(꼴통+페미니즘)’이라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댓글창이 욕설과 성희롱 등으로 과열되자 해당 페이지 운영자는 ‘신 씨가 분란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신 씨가 더 이상 댓글을 달 수 없도록 계정을 차단했다.

이에 반발한 신 씨가 지난달 23일 사건 개요를 정리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했으나 이후 신 씨의 실명과 얼굴, 거주지 등 신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며 현재 신 씨의 페이스북 메시지와 자택 및 휴대전화 등으로 익명의 남성들이 연락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어폭력 등 2차 공격을 가하고 있다.

신 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단지 성별을 물어봤을 뿐인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명예훼손을 당하고, 성폭행 등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며 "현재 학교에 신상이 공개돼 거의 모든 인간관계가 차단됐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휴학한 상태"라고 심경을 전했다.

학교와 총여학생회 측은 자세한 진상을 파악 중이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관계자는 "현재 해당 학생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며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적으로 여혐에 대한 처벌이 소극적인 탓에 페미니스트와 여성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선영 수원여성의전화 대표는 "가해자의 성별을 묻는 질문을 남성이 했다면 이 같은 공격이 있지는 않았을 거다"라며 "다수인 점을 이용해 여성 피해자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것은 부당하고 폭력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임성봉 기자 b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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