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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헬조선’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왜 젊은 청춘들이 내 조국에 사는 것을 괴로워하면서 떠나고 싶어 할까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희망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지만,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줘야 한다.

 희망의 시작은 일자리에서 시작된다. 대학 진학률은 높은데 반해, 졸업한 후 취업은 쉽지 않다. 그러면서 취업의 책임을 대학에 미루다 보니 대학들은 취업학원이 됐고, 학생들에게 정의, 리더십,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나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방법들을 가르치기보다는 토익, 컴퓨터 등 학원에서 배우기 마땅한 실용 과목들 위주로 학과와 교과목들이 개편돼 있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찾고 인생을 사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하는 사회이고 대학인 것이다. 여기에 조화와 협력 그리고 이타적 희생보다는 ‘나’만을 위해 경주하는 경쟁과 갈등적 중등교육 시스템에서 살아 왔으니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가 가까울 수 없다. 게다가 결혼과 출산은 더더욱 곤란한 꿈이 되고 있다.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 이상적지만, 결혼은 동시에 현실이기 때문에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규직보다는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 더 많이 양산되는 사회에서, 가정의 안정성은 지속적이지 못하게 됐다. 경제적 부분이 이혼의 중요한 원인이듯, 자신 있게 청혼하지 못하는 원인 또한 경제적으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즉,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우리 경제구조가 핵심적인 문제인 것이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가족 시스템이 구성되지 못하면, 우리 세대의 미래인 아이들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며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인데, 내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한다.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는 우리나라의 심장이 식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 원인은 출산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출산율과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향후 몇 년이 지나면 지금처럼 극심한 취업난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빈부격차, 힘 있는 자들과 있는 자들 위주의 권력 구조, 그리고 그 권력의 남용이 지속되면 우리 사회는 치유하기 어려운 내부적인 암에 걸리게 된다.

 사회와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본 주체는 정치권과 교육기관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세금으로 보수를 주면서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도록 정치적으로 위탁하고 것이다. 그런데 새로 시작한 20대 국회의 최근 모습을 보면,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의 정치사는 앞으로 나가기보다 격렬하게 뒤로 후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라는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보통 국민들의 시각에서 보기에 근접하기도 힘들게 부유하거나 자기의 권력을 남용해온 사람들에게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히고 있다. 권력자의 부패와 비리를 통제해야 하는 민정수석, 법원 그리고 검찰은 또 어떠한가. 어제는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지도층의 윤리의식이 실종된 상황이다. 사드와 민정수석 문제를 지적한 국회의장 개회사를 두고 난리가 났었다. 국회의장은 국회의원이고 다수당이 지명한 사람인데 정치적 중립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또 여당이 발끈하면서 의장실에서 난동 부리는 것을 보면서 여나 야나 똑같아 보였다. 의장이 그렇게 발언한다면 토론하고 반박하면 되는 일이다. 영국의 의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국의 의회는 또 어떻게 의사를 진행하는지 견학들 다녀오라고 부탁한다. 사드 해결한다고 의미 없이 중국 다녀올 시간이 있다면 말이다. 적어도 국가의 지도자라면 현재의 당략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희망보다 절망을 주는 정치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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