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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主筆)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 10조 내용이다. 헌법은 생명권(生命權)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지 않고 있으나 헌법 해석상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생명권은 굳이 천부불가양(天賦不可讓)의 권리 운운하기에 앞서 기본권(基本權) 중의 기본권이라 하겠다.

 생명의 무게를 저울로 달 수는 없다. 생명의 무게에 대한 한 이야기가 있다. 산속에서 독수리가 비둘기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산중에서 도(道)를 닦고 있던 수도승이 "그 새를 살려 달라!"고 독수리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독수리는 스님에게 그렇다면 비둘기와 같은 무게의 고기를 달라고 했다. 스님이 한 쪽 허벅지 살을 베어 저울에 올렸지만 새가 무거웠다. 그러자 스님은 다른 쪽 허벅지 살을, 나중에는 팔과 다리를 베어 저울에 올렸는데도 비둘기가 여전히 더 무거웠다. 수도승은 나머지 몸통으로 저울에 올라갔다. 그제서야 양 저울의 무게가 같아졌다.

 비둘기와 같은 새 한 마리의 생명의 무게가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의 목숨에 있어서랴.

 말할 것도 없이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한 얘기다. 이처럼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단 하루도 자살뉴스가 보도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그제도 어제도 자살자가 있었다. 내일도 또 자살자가 줄을 서고 있는 나라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높다는 사실은 누차 보도돼 잘 알고 있다. 여전히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다 해도 특단의 자살 방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선진국이 아니다. 복지국가, 행복한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

 자살자들은 남기는 유서에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가 있다 해도 그것은 한 장의 유서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죄악을 남기는 것이다. 떠나는 자살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땅에 가자 해서 함께 온 부모형제 가족과 친지들에게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떠나는 것이다. 한 종교인의 역설적 표현인 ‘괜히 왔다 간다’가 아니라, ‘잘 왔다 간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 어떠한 이유가 있다 해도 자살만은 안 된다. 인간에게 스스로 생명을 끊을 권리, 즉 ‘자살권’은 없다.

 자살, 그것은 죄악이다. 언젠가 한번 자살을 논할 때 인용했던 ‘불러도 대답 없을 때’라는 한 교화위원의 글이 떠오른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 중의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야. 맛있는 것도 사주고, 경치 좋은 곳도 구경시켜 주고 싶은데,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을 때란 말이야. 오늘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고, 오늘이 사랑을 받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어. 그러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사랑 표현을 내일로 미루지 마. 내일은 상상 속에만 있는 거야. 아무도 내일을 살아 본 사람은 없어. 세월이 가도 매일 오늘만 사는 거야. 사랑도 오늘뿐이지 내일 할 수 있는 사랑은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불렀을 때 대답 없는 이름이 된다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지 아니한가. 필자는 누차에 걸쳐 ‘자살과 행복추구권’ 등의 제하의 글에서 그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자살만은 안 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해왔다.

 인간의 가장 소중한 생명이 도처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생명권이야말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의 생명과 행복한 삶을 책임질 의무가 국가에 있다.

<매년 9월 10일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주최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후원하는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기호일보는 오는 9일 저녁 6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자 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희망을 찾아나가는 ‘해질녘서 동틀 때까지 생명사랑 밤길 걷기’행사를 개최한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 동참을 당부드린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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