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서울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릴 예정인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콘서트 ‘봉쥬르풍류’에서 아쟁 등 국악기와 판소리, 프랑스 음악이 함께하는 이색적인 공연이 펼쳐진다.

이 공연은 2007년부터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국악강사로 판소리를 가르치며 프랑스 예술가들과 10년 동안 우정을 쌓아온 한국의 소리꾼 민혜성(44)이 있기에 가능한 무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인 그는 경인교육대학교와 인천국악문화학교에서 오랫동안 후학 양성과 판소리 보급에 앞장서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국에 있는 교원대 중 경인교대 음악교육과에서 운영하는 국악교육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술인으로서 정말 반가운 얘기죠. 물론 전문으로 국악을 배우는 것이 아닌 초등학생 교육을 위해 배우는 만큼 음악은 괴로움이 돼서는 안 되고 즐거움 그 자체여야 한다고, 동서양 구분 없이 귀로 듣고 따라 흥얼거리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가르치죠."그는 인터뷰 내내 판소리 용어 중 ‘귀명창’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단순 애호가 차원을 넘어 일정한 식견을 갖춰 판소리를 제대로 향유하는 사람을 명창에 버금간다고 해서 귀명창이라고 해요. 귀명창이 많은 곳에서 판소리 등 국악의 판이 커진답니다. 최근 TV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 직접 노래하는 실력은 별로일 수도 있는 아마추어 판정단이지만 가수들의 노래를 귀로 들어 나름 구별해 환호성을 질러대잖아요? 사실 판소리도 마찬가지에요.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관객들이 많이 있는 지역일수록 국악공연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랍니다."

또 ‘인천지역 국악무대에서 추임새를 넣는 관객들의 대부분은 인천국악문화학교 산하 문하생들’이라는 동료 국악인들의 말이 들릴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출신인 그이지만 인천에서 태어난 인천 명창을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인천시 남구 숭의동에 있는 국악회관에서 2002년 개관 이래 줄곧 예술강사를 맡아 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제자도 키우고 있다. 인천 송도중에 재학 중인 박상우와 송천고에 다니는 이범희 등을 꼽았다. 처음엔 취미로 배우러 왔지만 소리꾼 자질이 충분해 잘 배우기만 하면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가 결혼도 미루고 후학 양성과 판소리 보급에 열정을 다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어릴 적 가야금산조 명인인 김죽파 선생께서 바로 옆집에 살고 계셨는데 그 연주를 잊지 못해요. 이후 여기저기 유명한 선생님들을 찾아 배우는 투쟁(?) 끝에 익힌 판소리보다 좋은 것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 어쩌죠?"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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