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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은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인공와우 이식술은 유소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에서 가능한 수술이며, 와우(달팽이관) 질환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 환자에게 청각을 되찾아주는 획기적인 현대 의술 중 하나입니다.

 인공와우란 듣고 싶은 소리를 외부 장치에서 수신해 전기신호로 바꾼 후 내부 장치를 통해 달팽이관에 삽입한 전극으로 전달하고,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하는 장치입니다. 인공와우 기기는 귀 뒤쪽 피하에 이식하는 내부 기기와 머리나 귓바퀴에 부착하는 외부 기기로 구성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처음으로 인공와우 이식술을 시행했으며, 2005년과 2010년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해마다 평균 500~600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도 난청 환자에게 남아 있는 청신경을 전기자극함으로써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획기적인 수술입니다. 청력·언어 평가로 수술 적응증이 되는지 판단 후 수술로 내부 장치를 장착하며, 수술 한 달 후에 외부 장치를 착용하고 소리 조절을 시작함으로써 심한 난청으로 인한 고독감과 외로움을 벗어버리고 청력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활동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각막이나 신장과 같은 장기 이식은 수술 후 바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인공와우 이식은 수술했다고 기기를 작동시켜 바로 소리를 듣고 언어 발달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 장치는 수술 부위가 아무는 약 한 달 후에 부착합니다. 외부 장치는 바깥의 소리를 인공와우에 전달하기 전에 전기자극 신호 형태로 변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기계를 통해 소리를 듣는 것에 적응하면 이후엔 언어 이해를 위한 훈련을 시작합니다. 보통 3~4년간의 집중 재활 과정을 거쳐야 일반적인 수준으로 의사소통 능력이 회복되므로 인공와우 수술 후에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청력 재활은 조기에 이뤄져야 합니다. 들을 수 없으면 언어 발달이 되지 않습니다. 즉, 혀·구강·후두 구조가 정상이어도 말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정상적인 언어 발달에 필수적인 시기인 생후 2년 이내에 적절한 청각 자극이 주어져야 정상적인 언어 발달이 일어나며, 청각 자극에 노출되는 시기가 빠를수록 언어 발달 결과가 좋습니다.

 선천성 난청으로 전혀 못 듣는 아기이더라도 2년 이내에 인공와우 시술을 받고 적절한 언어치료 및 청각 재활 훈련을 하게 되면 정상인 수준의 청력 회복, 완전한 사회생활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청기의 경우 각 음역대별로 소리 크기를 조절하는 과정을 피팅이라 하는데, 인공와우 매핑(Mapping)도 보청기 피팅과 유사합니다. 보청기 피팅이 소리의 강도를 조절한다면 인공와우는 전기자극의 강도(전류의 양)를 조절해 주는 작업입니다. 청각사가 여러 종류의 소리를 들려주며 이 소리가 큰지, 작은지, 적당한지 확인하고 이에 맞춰 전기자극 세팅을 바꿔 줍니다. 성인은 현재 소리 상태가 어떤지 직접 물어보며 진행할 수 있지만 어린 아기의 경우는 청각사가 눈 떨림이나 표정, 움직임 등을 통해 상태를 파악하며 진행합니다. 매핑은 수술 후 2주, 4주, 2개월, 3개월, 9개월, 12개월, 18개월에 한 번 등으로 점차 주기가 길어집니다.

 외부 기기를 더 편리하게 조절하기 위해 무선 조절기를 사용합니다. 리모컨 액정으로 인공와우 작동 상태와 배터리 소모량을 확인하고, 잠을 잘 때 등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는 것이 좋습니다. 배터리는 소모성이며 평균수명은 3년입니다.

 인공와우는 전자기기이므로 수영이나 목욕을 할 때는 외부 기기를 착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활동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비 올 때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릴 때는 누전 가능성이 있으므로 떼어 두거나 외부 기기가 젖지 않게 해야 합니다. 평소 머리를 부딪히지 않게 하고, 외부 기기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도 격투기·축구·족구 등 머리에 충격을 주는 운동을 할 경우 인공와우 내부 기기를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전은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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