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몸살에 허리 통증까지 동반된다면 우선 척추결핵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결핵균의 척추 감염으로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인 척추결핵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증상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할 경우 하반신 마비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척추결핵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정결정이 6일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척추결핵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제때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아 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한국소비자원은 A대학병원 의사의 오진으로 B씨가 척추결핵에 대한 약물치료를 받지 못해 하반신 마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A대학병원은 B씨에게 1억5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골다공증이 심한 B씨에 대해 A대학병원 측이 2011년 방사선 검사에서 척추결핵이 의심됐는데도 확진을 위한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단순 척추 골절로 진단하고 치료해 당시 약물치료를 받았다면 수술 없이 치료가 됐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이렇듯 결핵하면 대부분 폐결핵만을 떠올리지만, 척추결핵이라는 복병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결핵균이 척추를 침범해 점진적으로 척추뼈를 파괴함으로써 통증과 척추 변형을 동반하는 질환인 척추결핵의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척추 자체나 주변 조직의 염증 및 괴사로 인해 감염 부위의 부분적 통증이 나타나고, 발열· 체중 감소 등이 신체 전반에 걸쳐 동반된다.

정도가 심해지면 하반신 마비가 나타나기도 하나 조기에 발견할 경우 약물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 X-ray·CT·MRI 등의 검사를 시행해 척추결핵이 발견되면 항결핵제를 투여해 치료하는데 치료 성공률은 7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한편, 소설 「인현왕후전」의 실제 주인공인 조선 제19대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1667~1701)의 사망 원인이 당시 의관이 진단한 통풍이 아닌 척추결핵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올해 발표된 적도 있다. 허리 쪽 척추 부근이 현저하게 부어올라 통증을 참기 어려울 정도인 상태에서 한 달 보름 뒤 고름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당시 승정원일기로 유추해 본 판단이다. 증상이 지속될 경우 척추 파괴로 인해 척추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고, 손상된 척추 뼈 주위에 형성된 고름이 주변 조직으로 퍼질 수 있다는 척추결핵의 증상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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